날개 꺾인 시중은행 '오토론'…2년반 만에 30% '뚝'
날개 꺾인 시중은행 '오토론'…2년반 만에 30% '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8.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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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잔액 3조4310억원…DSR규제 등에 경쟁력 잃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시중은행 자동차 대출(오토론) 규모는 가파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중은행 오토론은 한때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했지만, 금융규제와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입지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7월말 오토론 잔액은 3조4310억원이다. 지난해 말(4조165억원) 대비 14.6%(5855억원) 줄어든 규모로, 2017년(2조5517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오토론 잔액은 2015년까지만 해도 1조원을 넘지 못했으나, 이후 급성장해 2018년 5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 5조2965억원까지 불어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성장세가 꺾여 △2020년 5조117억원 △2021년 5조380억원 등 보합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매년 큰 폭 감소하고 있다.

2021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2년7개월 간 시중은행 오토론 잔액은 31.9%(1조6070억원) 쪼그라들었다.

자동차금융 시장은 과거에는 제2금융권인 캐피탈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 다른 금융업권이 시장에 진출, 준수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당시 시중은행은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관련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영업 등에 제동이 걸리자 새 먹거리로 자동차금융을 주목했다. 자동차는 원래 부동산보다 위험 담보로 취급됐으나, 보증보험을 통한 안전장치가 마련되면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이유였다.

시중은행은 제1금융권의 강점인 금리 경쟁력과 높은 한도, 긴 대출 기간을 무기로 자동차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더욱이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마련하고 정보 제공을 강화하면서 편의성·접근성을 확대해 소비자 호응을 받았다.

다만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에 오토론 조이기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의 점유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8년 10월부터 은행권 오토론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를 적용했다. 오토론으로 돈을 빌리면 그만큼 주담대나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도록 한 것이다. 반면 카드·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은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9년에는 은행 오토론 한도가 기존 1억원에서 6000만원으로 낮아졌고, 대출 기간 역시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토론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시장 경쟁자도 늘어나는 추세라 점유율을 다시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