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로자의 연금수급권 보장 과제와 ‘푸른씨앗’의 출범
[기고] 근로자의 연금수급권 보장 과제와 ‘푸른씨앗’의 출범
  • 신아일보
  • 승인 2023.08.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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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사진=미래에셋증권)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사진=미래에셋증권)

국민의 노후보장에 있어 연금수급권의 확보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특히 경제활동기간에서의 근로소득 중 일부를 장기 적립하여 미래의 노후소득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축적을 통한 연금화는 더없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들의 평균적인 퇴직연금자산 적립이 여의치 않은 현실은 고령화 진행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퇴직연금자산 적립 문제는 기본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금제도 도입률에서 비롯되고 있다. 

2021년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10곳중 3곳이 채 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상당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이 24%에 불과한 것에 기인한다. 

반면 근로자 300인 이상의 대형 사업장에서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비율이 91%에 달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퇴직연금 도입부터의 이러한 양극화는 근로자 연금수급권의 보편적 보장이라는 과제 해결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중소기업 사업장의 개별적인 연금제도 도입의 부담을 덜어 도입률을 개선할 목적으로, 2022년 4월 시행돼 같은 해 9월부터 ‘푸른씨앗’이라는 이름으로 기금조성을 시작했다. 

푸른씨앗은 상시근로자수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사업장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가입 사업장의 사용자에게는 재정지원과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재정지원은 월평균보수가 최저임금의 120%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 부담금의 10%(1인당 24만2000원씩 30인까지 지원)를 3년간 지원하는 것으로 이에 따른 최대 지원금은 2178만원이다. 수수료는 2023년 중에만 가입한다면 5년간 면제되도록 했다. 

푸른씨앗은 퇴직금제도를 운영 중인 사업장의 경우 신규가입을 통해 퇴직연금제도를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에 도입했던 퇴직연금제도에서 전환하거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제도와 병행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는 기존의 DC형 퇴직연금이나 푸른씨앗 중 하나를 본인의 퇴직연금 계좌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적립자산을 DC형으로 계속 운용하면서 새로운 납입금은 푸른씨앗으로 운용하는 형태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DC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면 자산운용을 본인 스스로 진행해야 하지만 푸른씨앗에 가입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운용주체가 되는 기금에 운용을 일임하므로써 직접적인 자산운용에 대한 수고를 덜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연금운용에서 요구되는 체계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전문가에게 맡겨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푸른씨앗 가입의 핵심적인 장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DC형 퇴직연금의 장기 운용성과는 부진한 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연환산 운용수익률은 5년 및 10년 평균이 각각 1.5%와 2.0%에 불과하다. 연간 1~2%대의 장기 운용성과 만으로는 복리효과를 충분히 누리면서 연금자산을 효과적으로 적립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운용성과는 대부분 저금리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도록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운용한다 거나 자산배분 전략을 유효하게 활용하지 않고 자산운용을 방치 또는 소홀히 한 때문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낮은 수익률로 인해 연금자산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면 연금 인출시기에 연금화에 실패하게 되는 게 큰 문제가 된다. 

2022년말 현재 연금수급을 개시한 퇴직연금 계좌 중 연금 형태 수령을 선택한 비중은 7.1%에 불과하다. 나머지 92.9%는 일시금 수령을 선택했다. 계좌당 평균 수령액은 연금 형태를 선택한 경우 1억5550만원, 일시금을 선택한 경우 2459만원으로 양자간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일시금 수령을 선택하는 이유가 연금 형태 수령이 현실적으로 유효할 만큼 자금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다. 

대형 사업장 근로자에 비해 연금자산을 적립할 근로소득 기반이 약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특히 연금화에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푸른씨앗과 같은 기금운용을 통해 체계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실행되도록 하는 것은 현명한 방안의 모색이 된다. 

푸른씨앗은 조성된 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효율성이 개선되고 더 유연하고 효과적인 자산배분 및 분산투자 전략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쪼록 푸른씨앗 기금이 순조롭게 성장하여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면서 연금자산이 성공적으로 적립될 수 있도록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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