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잼버리 사태, 1류 기업과 3류 정치
[기자수첩] 잼버리 사태, 1류 기업과 3류 정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8.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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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 기업들은 글로벌로 향하고 있는데 정치와 행정이 3~4류에 머물며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뜻이다. 이는 28년이 지났지만 최근 파행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보면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글로벌 보이스카우트 대원들의 합동 야영대회로 각국 문화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다. 올해는 여성가족부, 전라북도와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 주최로 새만금에서 열렸다. 이들은 잼버리 개최를 통해 시설투자 및 방문객 지출에 더해 수출 증대, 국가·지역 브랜드 제고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야영장 내 녹지공간은 전무했고 그늘막, 화장실, 사워장 등 기반시설도 턱없이 부족했다. 수일간의 폭염경보에 온열질환자가 1000명 이상 발생했고 ‘참가비를 내고 난민체험 하러 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영국·미국은 가장 일찍 퇴소했고 태풍 카논의 북상에 모든 참가자들이 조기퇴영하면서 역대 최악의 잼버리 대회로 낙인찍혔다. 영국 가디언은 새만금 잼버리를 ‘최악의 악몽’으로 표현했고 여타 외신들도 한국의 잼버리 준비미흡을 비판했다. 예산 1171억원을 들여 글로벌 축제를 열었지만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미지 쇄신은 기업과 국민들의 몫이었다. 삼성·SK·현대차·LG·포스코·대한항공 등은 연수원을 대원들 숙소로 제공하거나 사업장 견학, K-컬처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다수 K팝 스타들도 일정이 변경된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여해 대원들을 위로했다. 자연 속에서 야영을 즐기며 교류한다는 ‘잼버리’ 취지와는 맞지 않지만 대원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도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책임이 문재인 정권에 있다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99%라고 반박 중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기업과 국민들이 정부·지자체와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재를 뿌린 겪이다. 

현재는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다. 기업인들이 타국 인사들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을 호소할 때 잼버리 언급은 불가피하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소재와 원인 규명, 대책 마련·시행이 우선이다. 그러나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여부를 재단하기보다는 국가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은 필요하다. 정치, 행정도 기업에 발걸음을 맞춰 1류로 올라서길 기대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