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 긴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일본이 최근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갖기로 수정해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시장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의 본격적인 정책기조 변화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일본은행 통화정책 운영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은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대응해 통화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긴축 전환했다.
실제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0차례 연속 인상을 포함해 총 11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 단기 정책금리(-0.1%)와 함께 수익률곡선관리(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지속해 제로(0%) 수준의 장기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YCC 정책은 장기 국채 수익률의 변동폭을 정한 다음 이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추진했던 양적 긴축과는 정반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양적 완화로 2022년 이후 일본의 내외금리차는 급격하게 확대됐고,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일본 외환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이 작년 5월 이후 15개월 연속 목표 수준(2%)을 상회했다. 또 채권시장 거래 빈도와 원활성을 나타내는 채권시장 기능도 판단지수(Diffusion Index)도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채권시장 왜곡현상까지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12월 10년물 장기 국채금리 변동폭을 종전 ±0.25%에서 ±0.50%로 확대한 일본은행은 올해 7월에는 종전 금리 변동폭(±0.50%)은 유지하되 시장상황에 따라 10년물 장기국채에 대해 1.0%까지 사실상 허용하기로 통화정책을 수정했다. 이는 장기 국채 금리가 0.5%를 소폭 웃돌더라도 국채 매입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이같은 YCC 정책 수정은 향후 경기 및 물가 변동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해 YCC 정책을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향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명목금리가 오를 경우 0.5%로 금리를 엄격히 억제하면 실질금리가 하락해 완화 효과는 커질 수 있지만, 채권시장 왜국 등 부작용이 확대할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일은이 성급한 정책 전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여전히 완화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정책이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일은이 내년과 후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목표치(2.0%)보다 낮은 1.9%, 1.6%로 제시하고 있고, 임금상승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상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만큼 내년 임금협상 결과를 통해 임금상승의 지속성을 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축소된 것 역시 완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봤다.
실제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8.5% 상승한 반면, 국제 원자재가격 안정 등에 수입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올해 6월 -11.3%, 전년동기대비)했고, 여기에 무역수지도 개선됐다. 2분기 말 기준 일본의 무역수지는 1조8000억엔 적자로 2021년4분기(1조7000억엔 적자)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6월에는 2021년7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430억엔)로 전환했다.
이밖에 일본의 도시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대출규모가 3%를 상회하는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7월 YCC 정책 수정으로 국채매입 금리도 1%로 상향조정되면서 일본은행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동경사무소 관계자는 "일은은 내년 임급협상 결과를 통해 인플레이션 목표치 안착을 확인하고, 완화정책 리뷰를 완료한 뒤 정책기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융완화를 기조를 지속함에 따라 현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YCC 편동폭 확대 및 목표금리 단기화 등 일부 정책에 대해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시장참가자들은 일은의 신중한 물가전망과 완화정책 부작용 완화 등을 고려해 일본은행의 본격적인 정책기조 전환은 대체로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