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녀 결혼자금과 증여세
[기고] 자녀 결혼자금과 증여세
  • 전성구 남동세무회계 대표
  • 승인 2023.08.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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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모 사장은 아들 결혼을 앞두고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사주고 싶고, 아니면 전세라도 얻어주고 싶은데 증여세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자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데 세금이 걱정돼 상담하러 오는 분이 많다.

성년인 자녀에게는 5000만원까지 증여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5000만원은 10년 동안 합산한 금액이다.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면 10년이 지난 후에 5000만원을 증여해야 한다.

게다가 5000만원은 증여받는 자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즉 아버지가 5000만원, 어머니가 5000만원 각각 증여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자녀를 기준으로 10년간 직계로부터 받는 총금액이 5000만원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보면 자녀가 결혼할 때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법을 잘 활용하면 합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아들에게 전세금 3억원 정도를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해 주려 한다고 하자.

현실적으로 증여세를 내지 않고 현금으로 줄 수 있는 금액은 5000만원이다. 그럼 나머지 2억5000만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에게 빌려주는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세법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금전을 빌려줄 때 받아야 하는 적정 이자율을 4.6%로 규정하고 있다.

2억5000만원을 빌려주면서 4.6%에 해당하는 이자 1150만원을 매년 아들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법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가혹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받아야 하는 이자가 1000만원 보다 적은 경우에는 이자를 한 푼도 안 받아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자 1000만원 가량을 원금으로 역산해 보면 약 2억1700만원 정도가 된다.

즉 2억1700만원 정도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어도 세금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부자지간 금전대차 거래를 국세청에서는 정상적인 거래로 보지 않고 일단 증여받은 것으로 보려 한다.

따라서 아들에게 금전을 빌려줄 때는 근거를 명확히 해 놓아야 한다.

먼저 차용증을 작성하는데 차용증에는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기재한다.

다음으로 공신력을 가지도록 공증 받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해진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차용증만 작성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이후에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나머지 약 3300만원은 어떻게 조달할까.

결혼식 때 받는 축의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축의금 중에서 얼마를 자녀가 가져갈 수 있는가에 대해 조금 야박하긴 하지만 세법은 친분에 기초해 결혼 당사자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부분만 자녀에게 귀속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녀가 결혼하는데 5000만원 외에는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혼수로서 호화사치 용품이나 주택, 차량을 제외하고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가사용품은 지원할 수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는 추가로 1억원까지 증여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이 내용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부터는 자녀에게 혼인자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세금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집안 혼사에도 세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전성구 남동세무회계 대표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