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 NHK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8일 지명 직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우리 공영방송의 국제방송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의미다. 이동관 후보자의 발언을 둘러싼 업계와 전문가들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정부의 TV수신료 분리 징수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국제방송 분야인데 이 후보자의 발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내부 콘텐츠 강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내 콘텐츠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영국 BBC와 일본 NHK의 가장 큰 수입 재원은 수신료다. 영국 국민은 연간 159파운드(약 25만 8000원), 일본 국민은 연간 1만 3650엔(약 13만 3500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TV를 수신할 수 있는 기기가 있으면 무조건 내야 한다. 한국 국민이 납부하는 수신료가 연간 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국은 약 8배, 일본은 약 4.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동관 후보자가 주장하는 국제방송의 경쟁력 강화는 안정적인 수신료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BBC와 NHK, 두 공영방송이 실시하고 있는 국제방송의 운영 예산을 살펴보면 BBC 월드서비스의 경우 전체의 75%에 달하는 4966억 3500만원이 수신료에서 충당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약 7억 1000만 엔(약 64억 원)에 달하는 국제방송 예산 전액의 재원이 수신료이다.
동덕여대 교양학부 홍원식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동관 후보자의 국제방송 육성 전략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국제방송과 같은 소프트파워 육성은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시행해야 하는데 기반은 안정적인 재원”이라며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면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은 국제방송으로 지목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동규 교수는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도 있지만 글로컬리제이션(지역고유문화의 세계화)도 중요하다”며 “다큐멘터리 같은 좋은 공익성 콘텐츠를 통해 세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