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금융, '크로스체크' 강화에 거는 기대
[기자수첩] 우리금융, '크로스체크' 강화에 거는 기대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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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cross-check)란 서로 다른 복수의 관점, 방법, 자료 따위를 대조해 정보나 보고를 검사하는 일을 뜻한다.

사실 전달에 충실해야 할 언론으로서는 잘못된 정보가 담기거나, 왜곡된 내용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기자 스스로는 물론 데스크, 편집국장까지 '크로스체크'는 일상이다.

'신뢰가 생명'인 만큼 만에 하나 실수를 막기 위해 기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도 "크로스체크했어?"라는 말이다.

크로스체크가 되지 않을 경우 잘못된 내용을 담은 기사가 보도됨은 물론, 해당 기사가 특종으로 둔갑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도 있다. 한 인터넷매체는 지난 2021년12월 '[단독] 1월부터 고소득자 DSR 적용…금융위, 가계대출 행정지도 전달>'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편집국장 추천으로 사내 특종상으로 선정됐고, 해당 기자는 포상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핵심적으로 전했던 내용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시행 중인 내용이었다. 아울러 금융위가 은행권에 전달한 행정지도 내용 역시 이미 수개월 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1년여 전부터 시행된 내용을 마치 새로운 정책처럼 잘못 전달한 대형 '오보'는 향후 관련 기관을 통해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잘못된 기사'라는 치욕스러운 지적을 받게 된다.

기자가 크로스체크를 소홀히 한 결과가 '오보'를 '단독'을 거쳐 '사내 특종상'으로 둔갑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낳은 것이다. 이런 사실이 해당 매체의 신뢰도와 평가를 떨어뜨린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사업 추진 시 리스크에 대한 크로스체크 권한을 강화하고, 이를 명문화'한 점이다.

담당 직원뿐 아니라 과거 경험을 지닌 직원까지 관련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중복 체크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내부통제가 '남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이 최소 한 번은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의무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번 우리금융 내부통제 개선안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직원이 업무의 크로스체크를 일상화한다면 분명히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는 물론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가 맡은 일을 누군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라는 분위기 형성만으로도 업무 완성도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번에 마련된 우리금융그룹 내부통제 개선안 중 크로스체크 강화 및 일상화에 거는 기대도 이 때문이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