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예비살인자”… 교육감 발언에 교육계 등 ‘발칵’
“교사는 예비살인자”… 교육감 발언에 교육계 등 ‘발칵’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7.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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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충북교육감,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서 발언
사명감 강조하려던 취지…SNS에 ‘부적절’ 비판 쏟아져
윤건영 충북교육감(사진=연합뉴스)
윤건영 충북교육감(사진=연합뉴스)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교사는 예비살인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교육감이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 최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육계가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윤 교육감은 지난 25일 오전 충북교육청 단재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충북도교육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에서 “교사들은 예비살인자라고 인정하고 교사가 돼야 한다”며 “나는 (이런) 마음 자세가 안 되겠다 그러면 자퇴하고 나가라”라고 말했다.

연수에 참석했던 한 교사는 “교사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싹을 자르고 살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한 윤 교육감은 “(학부모) 당신이 아이를 나한테 맡겼으면 이 아이는 내가 당신보다 (잘 교육할 수 있고), 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보다 돈이 많고, 학벌이 좋은 학부모가 항의해도 당당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졸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다 문제가 생기면 교육감 개인번호를 알려줄 테니 나한테 전화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교사의 사명감과 교권보호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윤 교육감이 최근 발생한 교권 침해와 관련해 교사들이 당당하게 대응하고, 상처받은 교사들의 마음을 토닥이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교육감의 특강 내용 일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현재 윤 교육감의 인스타그램에는 댓글이 140여건이 넘었다. 대부분 윤 교육감의 발언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에도 실망감을 나타내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SNS에서 “아무리 최근의 상황을 빗대서 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교육감이 교사를 예비 살인자라고 언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교육감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충북교육청는 항의하는 전화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은 “지역 교육계의 수장조차 이런 시각으로 교사를 보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윤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윤 교육감이 지난해 1급 정교사 연수기간에도 ‘교사들이 눈빛 하나로 학생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며, 이러한 발언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부적절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초교조는 “지금 교육계는 동료교사를 잃은 비탄에 빠져 있다. 이러한 교사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교사들이 자기 검열을 더욱 강화하기를 바라며 세뇌에 가까운 잘못된 신념을 심으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승구 기자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