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행과 죽음으로 얼룩진 ‘교권 붕괴' 해법 모색을
[기고] 폭행과 죽음으로 얼룩진 ‘교권 붕괴' 해법 모색을
  • 신아일보
  • 승인 2023.07.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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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폭행하는 무너진 교실과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극단 선택으로 추락한 교권의 참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데 이어 서초구에서는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 비극이 알려지면서 ‘교권 붕괴’ 문제가 국민적 공분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은 그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는 강화된 데 반해,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이 이같은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인 A군은 지난 6월 30일 여성 담임교사의 얼굴과 몸 등에 20〜30차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바닥에 넘어뜨려 입안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분노 조절 등 문제로 하루 1시간씩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던 A군은 체육 시간과 자신의 상담 시간이 겹친 걸 알게 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책과 가위, 탁상 거울 등을 담임교사에게 던지고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같은 반 학생이 이런 폭행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전치 3주의 상해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교총은 “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참담하다.”라며 “교원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중대 교권 침해로 다루고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낸 데 이어 지난 7월 21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7월 19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학생 A군에 대한 전학과 함께 특별교육(12시간)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A군에 대한 수사기관 고발과 소송비 지원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피해 교사에 대해서는 치료비, 심리상담,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피해 교사에 대해 특별휴가(5일), 심리상담, 치료 및 요양, 필요시 비정기 전보 신청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아동학대 고소를 남발하고, 이를 무기 삼아 협박성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교단을 무너뜨리고 교육현장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된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3세 여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통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임용돼 1년 4개월 남짓 일한 초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 중이다. 현재로선 타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학교 측은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니며 해당 학급에선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등에선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부모 갑질 민원에 시달렸다는 등 온갖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도 성명서에서 “정말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 민원이 원인이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하루속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한 만큼 경찰은 교권 침해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옛 성현들은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마라.”했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무색해 진지도 아련해졌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언·폭행 등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교권 침해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7월 21일 한국교총에 따르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 기준으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상해·폭행을 당한 사례는 모두 1,249건에 이른다. 2017년 116명(학생, 학부모 구분안됨), 2018년 177명(학생 165명), 2019년 248명(학생 240명), 2020년 115명(학생 106명), 2021년 239명(학생 231명), 지난해 361명(학생 347명)으로 증가해 정점을 찍었다. 또한 한국교총이 지난 5월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를 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유형으로 ‘수업 방해’를 꼽은 교사가 34.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폭언·욕설’ 28.1%, ‘명예훼손’ 20.3%, ‘폭행’ 9.4%, ‘성희롱’ 7.8% 순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런 사건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라니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의 통계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다. 최근 5년간 학생(학부모 포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는 무려 1,133명이나 되었다. 2017년 172명에서 코로나 기간인 2020년 113명으로 잠시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여 지난해는 361명으로 집계됐다. 교권 침해 심의 건수도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전체 교권 침해 행위 중 ‘폭행’ 비율은 2019년 13.4%에서 지난해 19.1%로 늘었다. 자녀 교육에 극성인 부모들이 툭하면 교실을 찾아가 담임 교사를 윽박지르고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협박한다. 이러니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고 바로잡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학생을 따끔하게 훈계하거나 학생 간 싸움을 말리는 과정 등에서 학생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로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있어도 교사의 상식적인 지도가 통하는 아이들은 깨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깨워도 욕을 하거나 거칠게 반항하기 때문에 안 깨우는 게 아니라 못 깨운다고 한다. 한국교총은 “수업방해 등 학생의 문제행동에도 제지할 방법이 없고, 괜히 적극적으로 지도했다가는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만 당하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와 만족도는 역대급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최근 교권 침해 사건이 자주 노출되면서 과게엔 선호 직업이던 교사가 힘들고 어려워 다들 기피하는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금·연봉에서도 이렇다 할 유인책이 없어 교직은 ‘극한직업’으로 전락했다는 게 한국교총의 진단이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보면 서울교대 자퇴생은 2019학년(2019년 3월 1일 ~ 2020년 2월 28일) 20명, 2020년 26명, 2021년 5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교직에 만족한다.”라고 답한 이의 비율은 23.6%에 그쳤다. 2006년 67.8%였던 교직 만족도는 짧은 7년 만에 2.87배나 낮아졌다. 또한 “학교에서 교권이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69.7%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교원의 대다수가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에는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교사 절대다수(96.2%)가 동의했다. 교사의 87%가 지난 1년 새 이직이나 사직을 고려했고, 교사의 77%는 학생 생활지도를 한 뒤 신고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교사 10명 중 8명이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하지 않겠다.”라고도 한다. 교사 명예퇴직도 2005년 879명에서 2021년 6,594명으로 무려 7.5배나 급증했다. 한국교총은“교육개혁의 시작은 선생님이 존중받고 교권이 확립될 때 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교실에서 깨어있는 수업은 공염불일 뿐”이라며 “따라서 왜곡된 인권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학생의 인권도 충분히 존중하지만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 보장과 교칙을 어긴 학생에 대한 처벌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권은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교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런데도 무분별한 신고와 무고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피해 교사를 지원하는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악성 신고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화급하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모두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학교와 교육 당국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 모두 노력해야 한다. 차제에 무조건 제 자식만 감싸는 학부모들의 비이성적 인식이나 행태도 성찰하고 자제돼야 하며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하는 문제도 교육 당국이 매뉴얼을 만들어 신학기 초 학부모들에게 금지사항으로 엄중히 공지하고, 어길 경우의 후속 조치도 명확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담보하고 생활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아동학대 면책 규정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나 ‘교사 아동학대 면책법(「아동보호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반영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벌금지, 두발 규제 등 금지, 차별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취지와 교사의 인권유린을 막고 교권을 바로 세울 ‘교사 아동학대 면책법’의 입법 취지 모두의 가치를 잘 살리는 균형 있는 접근으로 교권 붕괴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교권을 회복하는 특단의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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