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삼모사식 단통법 개선
[기자수첩] 조삼모사식 단통법 개선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7.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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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신시장에서 오랜 시간 논란을 빚었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유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았다.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를 올려 이통사들의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이용자들의 부담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 조삼모사식 대처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통신시장 경쟁촉진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정책방향은 제4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해 시장경쟁을 활성화 시킨다는 게 골자였다.

그 중 눈길을 끈 건 ‘단통법’ 개선안이다. 2014년 제정된 후 9년간 꾸준히 비판받아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통법 도입으로 휴대폰 대리·판매점이 가입자를 차별하는 것을 막고 이통사들이 요금·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오히려 더 큰 차별을 낳았다는 평가다. 통신사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으면서 다 같이 비싸게 휴대폰을 사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통사와 유통망들은 예전보다 훨씬 은밀하게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다.

정부는 공시지원금 대신 도입한 ‘선택약정할인제’의 한도를 높이며 개선을 시도했지만 과거보다 단말기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에 단통법 폐지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이날 자리에서 유통망의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를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목적은 소비자들의 ‘단말 구입부담 완화와 유통시장 경쟁 활성화다. 정부는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으로 기존 특정 유통점에 집중됐던 장려금이 일반 판매점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 중이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통사들은 월평균 지원금이 ‘선택약정할인’의 요금할인율 산식에 적용되는 만큼 공시지원금을 잘 올리지 않는 편이다. 대신 소위 ‘성지’로 불리는 불법보조금 살포 유통점을 통해 가입자들을 끌어모은다. 정부의 안대로 추가지원금 한도를 두 배로 한다 해도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 자체를 적게 매기면 이용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은 동일하다. 조삼모사식 대처가 될 수 있다.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을 내리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있다. 추가지원금 한도가 두 배로 늘어나면 유통망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추가지원금은 유통점이 통신사에서 받는 판매장려금에서 일부를 고객에게 지원하는 재원이다. 박리다매가 가능한 대형유통점 또는 직영점이 경쟁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단통법 개선 방향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