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름휴가는 농촌에서 풀멍
[기고] 여름휴가는 농촌에서 풀멍
  • 신아일보
  • 승인 2023.07.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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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성교육원 임창덕 부원장
 

 

혹시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시나요? 농촌에서 보내는 휴가 어떠실까요? 해외 나갈 때 요구되는 용기의 10분의 1만 있어도 훌훌 털고 당장 떠날 수 있답니다. 장소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의식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정은 둘러싼 환경의 상호작용이라는 사실은 일란성 쌍둥이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발현되는 유전자가 달라지고, 지능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네요.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바보는 노력을 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환경을 바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장이 높은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창의력에 도움을 주고, 환자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결과도 있어요. 창공과 드넓은 들판, 우주의 별을 보면서 농촌의 시선을 삶을 재해석해 보세요.  

전체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듯이 농촌에도 태어나는 아이가 줄고 있어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가 정말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동네 어귀에다 축하 현수막을 거는 사례도 있답니다. 경사스럽다는 방증이겠지요. 저는 차량 기름이 떨어져서 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보이지 않던 주유소가 모퉁이를 돌자 나타났을 때 느낌 그 이상이겠죠. 사라질 수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로 전해 줄 이가 태어났다는 일말의 안도의 한숨은 아닐지 모르겠어요.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농촌이 없어지고, 농업인이 사라지면 우리의 먹거리는 누가 책임져줄까요?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도시와 도시 아닌 지역으로 구분될까 걱정이 앞서네요. 

 도시에 태어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향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다고 하더군요. 힘들 때 의지하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을 아니까 그러하겠죠. 직장 모임을 보면 고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데, 도시에서 태어난 분들은 그런 모임을 많이 부러워하더군요. 혹시 고향이 도시라면, 자녀들과 여름 농촌 휴가를 떠나 보세요. 고향 같은 느낌이 들도록 자주 가시다 보면 그곳이 고향처럼 느껴질 겁니다. 자녀들에게 고향을 선물하는 기회가 되겠네요. 그리고 그 마을 이장님께 귀여운 갑질을 해보세요. 농촌이 있어야 도시가 있고, 농촌과 도시는 공존해야 된다고 마을을 잘 지켜달라고 해보세요. 제철 채소나 과일 있으면 입금할 테니 꼭 제철에 보내달라고 떼를 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이장님이 위협을 느낄 수 있으니 미소는 잊지 마세요. 그러다 귀농이나 귀촌을 할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시고 농촌을 바라봐주세요. 농식품부에서 농촌 정착을 위해 만든 통합 플랫폼, 그린대로가 여러분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지원한답니다. 

요즘은 농가주택을 개량해서 농촌 민박 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감성을 넘어 갬성을 살린 농촌만의 숙박시설로 재탄생하고 있어요. 호캉스는 아니더라도 농가 레스토랑, 농가 카페와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복합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농촌으로 가시면 농장을 바로 옮긴 식탁으로 옮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답니다. 농촌은 도시와 비교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어요. 자발적인 불편함을 선택해 지금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구요. 도시에 살면서 핵인싸가 되려고 많이 긴장하며 노력하셨죠? 농촌에서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도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직선보다는 곡선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농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답니다. 농촌의 채소나 과일은 도시의 공산품처럼 규격품은 아니다 보니 모양이나 맛도 다릅니다. 주변 생태계와 먹을 것을 나누다 보니 벌레 먹고, 못난 과일도 많답니다. 

도시의 사회적 관습에 매몰돼 긴장하면서 보냈다면,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농촌 마을을 찾아 네추럴 하게 지내다 오세요. 루틴(Routine, 일상), 리추얼(Ritual, 일상력) 등등 이런 신조어 때문에 스스로를 옭아매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마시고, 편하게 쉬었다 오시면 됩니다.

한편 캠핑 붐이 일어나 불멍이 뜨더니, 산을 바라보는 산멍, 물을 바라보는 물멍, 이제는 풀을 멍하니 바라보는 풀멍이 유행이라고 하네요. 농촌은 주위가 다 풀입니다. 오히려 풀이 주인인 것처럼 보이죠. 풀을 잡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이 편의상 부르는 거예요. 풀이 들으면 기분 나쁠 겁니다. 알면 약초, 모르면 잡초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은 약초가 많아요. 그래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되겠죠. 이런 풀을 보면서 집착을 내려놓고 멍하게 바라보는 것인데, 너무 내려놓으려고 애쓰면 오히려 집착이 생기니 조심하세요. 요즘 서울, 부산 등지에서 멍 때리기 시합도 하던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멍 때리다가 혼난 경우도 많았거든요. 이렇게 멍 때리면 ‘DMN(Default Mode Network)’라는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해져 사람이 창의적으로 변한다고 하던데, 멍을 더 때렸다면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는데 멍 때려지는 것은 인지장애일 수 있다고 하니 유념하세요. 

사람과 자연은 늘 친구처럼 가까이 지낼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내어주는 이산화탄소는 물과 함께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산소를 만듭니다. 그 산소는 숨을 쉬는데 쓰는 건 다 아시죠? 요즘은 도시에서 그린 하비(Green Hobby)라고 해서 식물을 가꾸는 것을 취미로 삼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하네요. 제 눈에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녹색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상징적인 일로 여겨져요.

외국에서는 녹색운동(Green Exercise)라고 해서 자연환경에서 신체 운동을 많이 합니다. 좋은 자연환경을 보면서, 상호 작용하는 것이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피로를 줄이는 것은 물론,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하네요. 나무, 풀 등 녹색이 주인인 농촌에서 운동하는 상상을 하니 더욱 농촌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농촌의 모습을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드라마 같은 일상은 아니더라도 휴가 며칠만이라도 농촌을 느껴보세요. 좋은 사람은 먼저 떠나고, 좋은 것은 우리 주위에서 빨리 사라지고 있어요. 그렇게 흔하던 소똥구리, 물방개 등 이제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그렇게 흔하던 소똥구리는 보이지 않은 지 오래돼서 보면 신고해 달라고 애타게 찾고 있다고 합니다. 멸종되지 않았을까 판단된다고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농촌에서 이들을 찾아보세요. 혹시 이들과 조우하는 행운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농촌은 가이아의 정원(The Garden of Gaia)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 대지(垈地)의 여신이에요. 따뜻한 엄마의 품이 그립다면 이번 여름휴가는 농촌으로 가보세요. 이보다 더 포근한 품이 또 있을까요?

/농협 안성교육원 임창덕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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