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간의 존엄과 생명가치는 존중받고 있는가
[기자수첩] 인간의 존엄과 생명가치는 존중받고 있는가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3.07.02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도권 소재 한 아파트 내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아기를 살해하고 유기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가 실종됐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세계가 마주한 물질만능주의 사회, 성공만을 인정하는 사회,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인간 존엄은 사라져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라든지, 갓 태어나 탯줄도 자르지 않은 아기를 공중화장실이나 쓰레기통에 유기한 사례라든지, 심지어 신생아인 자녀를 살해해 자신이 거주하는 집 냉장고에 보관해 온 친모의 일 등이 발생할 때마다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도덕적 가치관이나 인간성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곤 했지만 사회적 요구는 그때뿐, 곧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곤 했다.

최근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한 영·유아 중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무적자'가 2336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위험도를 고려해 23명의 무적자 영·유아를 선별조사한 결과, 최소 3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336명 모두를 전수조사할 경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거나 이미 숨진 영·유아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케 한다. 감사원 감사 내용이 발표되자 복지부는 뒤늦게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이제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 사회가 인간 생명 존중 의식을 스스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인격과 인성은 회복 불가능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 속에서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때 과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모체가 아기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존엄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회는 모든 개인의 생명을 일관된 자세로 존중하고,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인간 생명의 가치가 위기를 맞는 순간은 존엄한 생명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지존파’나 ‘막가파’ 사건 등 각종 강력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도 인간 생명 존중의 인식 부족에서 출발한다.

이미 ‘가족관계법 개정안’과 ‘보호출산제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법제사법위원회와 보건복지위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정치·경제적 중요 사안에서 밀려난 인간 생명 존중법. 언제쯤 인간의 가치가 최우선 가치로 존중받고, 약자들을 우선 보호하는 사회 구조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을까. 인간 생명 가치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