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미래가 단기·중기·장기 파동으로 구성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드시 반복된다는 사실만 알면 적어도 장기는 100%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상승과 하락의 길이와 크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실전 투자에서 유용성이 크지 않을 뿐이다.
이를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 전문가의 예측이 적중할 확률이 높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즉, 고려하지 못한 외부 요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 이런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따라서 지금 예상하는 방향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더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주변의 사례나 역사의 교훈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요즘 일본 증시를 보면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국가적 위기론까지 등장하는 작년의 모습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근 10년만 놓고 보면 일본 NIKKEI225 지수가 미국 S&P500 지수보다 오히려 상승 폭이 크다. 아마 일본 증시가 이렇게 많이 오를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자국민들이 상승 과정에서 주식을 계속 매도해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이야말로 장기 저성장, 주도산업에서의 경쟁력 추락, 저출산과 노령화, 무기력증과 비관론이 지배하는 국민 정서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부정적인 면들이 너무 많은 나라이지 않은가?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를 보면, 비관론이 득세하면서 점점 더 과거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유튜브를 비롯한 대중 매체에서는 작년부터 앞 다퉈 위기론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아직 자각하지 못하거나 호전 중인 긍정적 요소들은 묻혀버리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경제와 증시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네 가지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첫째, 최근 국제 관계의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미-중 무역 분쟁 과정에서 일본이 수혜자로 부각되고 있는데, 한국 역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 일본과의 우호 관계 강화가 세계 반도체 시장 내에서 다소 외톨이였던 한국의 입지를 호전시키면서 추락한 반도체 수출을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둘째, 기존의 반도체나 바이오 외에도 한국의 새로운 장기 성장 산업이 태동하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한류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파생되는 한류 소비 산업이 바로 그것이다. 다소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과거처럼 중국이나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 의존하던 국면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한류 소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는 가전제품, 식품, 의류, 화장품,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제품이나 라면과 같은 일부 소비재에서는 이런 현상이 벌써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셋째, 증시 제도의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가 추세적인 진행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의심하듯이 과거처럼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미 많은 투자자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시장을 경험했다. 또한 앞으로 해외 주식 투자는 더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소액주주의 권익 확대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훨씬 저평가 매력이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가가 코로나 저점 수준과 별 차이가 없으면서 배당수익률이 10%에 육박하는 주식들도 상당히 많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부정적 요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이다. 물론 급속한 노령화와 출산율 급감이 당장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경우, 국민을 부양해야 하는 국가적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시각을 다소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누구의 예측도 적중할 확률은 높지 않고, 필자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은 파동의 반복이라고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모든 것이 나빠 보이는 국면 이후에 점점 개선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