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가경정 예산안은 우리 위원회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받들어 심도 있게 심사한 만큼 우리 위원회에서 심사한 대로 의결될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 지난 23일 부안군의회 예결위에서 박병래 예결위원장이 추경안 심사를 마치고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를 바땅으로 이날 추경안은 예결위 원안대로 통과됐다.
부안군의회는 군민을 대표해 조례를 제정하고 행정의 업무를 감독하면서 군민의 이익을 위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군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들이 추경안을 심사하고, 군민들을 위해 쓰여지는 사업비를 삭감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받들어 심사했다'는 논리는 현실과 부합하지 못한 넌센스다.
적어도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집행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올리면 의회는 서류 검토가 아닌 사업 당담부서와 현장 실사를 통해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예결위는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불요불급한 예산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삼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안군의회가 심사하고 삭감한 일반회계 예산안 중에는 부안군의 중요한 사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부안군이 의회에 제출한 추경 예산액은 총 8142억이다. 부안군의회 예결특위는 심사를 통해 33개 소관 부서의 403개 사업에 대해 사업비 219억 5400만원을 전액 또는 일부 삭감했다.
부안군의회 역대 추경안 중 최초로 거액(약48%)의 예산 삭감이란 기록이 세워졌다.
삭감된 사업을 열거해보면 제일 먼저 세계스카우트 새만금잼버리 관련 사업이다.
지도자 초청 팸투어, 세계잼버리 블루카본 홍보관 운영, 세계잼버리 야영지 골재반출 장비임차 등 2억여원이 삭감됐다.
오는 8월에 개최되는 세계잼버리새만금대회의 원할한 집행을 위한 예산마져 삭감한 것에 대해 군민들의 여론은 따갑다.
여기에 부안군 주민안전 확보를 위해 편성된 마을안길 옹벽설치, 도로 아스콘포장, 하수도설치, 안전난간 설치 등도 여지 없이 삭감했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배수로 설치 및 정비공사와 절개지 석축공사, 교량 정밀안전공사, 하천시설물 유지보수비 등도 예외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부안군의회가 조직적으로 부안군 행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의장을 뺀 나머지 9명의 위원들이 예결위원장의 한마디에 삭감을 동의했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의회를 꼬집었다.
이러한 가운데 부안군은 속으론 부글부글 하면서도 겉으론 의연함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부안군 예산 관련 공무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추경안은 주민편익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 담겨 있었으나 의회 심의 과정에서 큰 폭으로 삼각돼 군민들에게 죄송한 심정이다. 이번 추경안 삭감으로 군민들의 민원사항 이행이 어렵게 됐지만 앞으로도 군민편익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부안군의회 추경 삭감을 놓고 바라보는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동안 권익현 군수와 대결 국면을 보이고 있는 의회 일부 의원들이 규합해 권 군수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제스처라는 '설'과 함께 어느 특정인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이 문제가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부안군과 부안군의회가 예산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 구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하소연과 의회를 향한 고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