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꼰대 부장, MZ 총수…그리고, M세대 리더
[데스크칼럼] 꼰대 부장, MZ 총수…그리고, M세대 리더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06.27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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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끼던 후배 2명이 최근에 회사를 그만뒀다. 연봉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했다. 다른 곳에서 본인들의 능력을 더 높이 샀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재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다면 그들은 남았을까? 아닐 것이다. 이 회사는 상하 수직적인 구조로 밑에서 위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곳이다. 소통이 힘든 구조다.

#. 한 부장은 고민에 빠졌다. 일 잘하는 차장에 대한 부서 직원들의 투서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계속된 동선파악과 지나친 지시사항이 많다는 게 요지다. 동료 부장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우리 때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는 건가”, “차장은 잘못이 없다. 당황스러울 뿐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무적 차이는 있지만 40대 중반 현재 신문사 데스크인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나 역시 부장들의 말에 공감이 간다. 나름 ‘X세대’로 새로운 시대의 포문을 열고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자부했지만 저 말을 듣는 순간 “라떼는~”이란 말부터 나왔다.

그러고 보니 기업들보다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신문사 임에도 데스크를 단 이후 나의 의견과 생각이 다를시 윽박지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우리가 20~30대 시기에 불만을 표출했던 그 ‘꼰대’ 모습 그대로다.

데스크 직함 하나 달았다고 어깨에 뽕 들어간 ‘꼰대’가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하물며 10만명 이상 직원을 두고 있는 재계 총수는 어떨까?

역시나 이병철‧정주영 등 창업가 1세대 총수들은 제왕적 경영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건희‧정몽구 등 2세대 총수들은 무게를 잡으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영 행보를 나타냈다.

그런데, 3~4대 총수들은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와는 완연히 달라졌다. 이재용‧정의선 등은 스킨십경영으로 직원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고 있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셀카를 찍는 모습이 종종 잡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토크 콘서트를 열어 격식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디지털 영상으로 대신했다.

여기에 재계총수 맏형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꼰대론’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최 회장은 당시 “꼰대는 남 얘기를 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스킨십경영 절정은 차기총수들에게서 나타날 전망이다. MZ세대 총수 대표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승계 구도가 명확한데다가 국내외 가리지 않고 비즈니스 현장과 사업 최일선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어 MZ세대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그룹명 변경과 적극적인 M&A(인수합병) 등 혁신의지까지 직접 나서서 보여줬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서 MZ세대 10명 중 8명은 ‘소통형 리더십’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통한 결정을 원한 것이다. 즉 앞서 회사를 이직한 후배들은 연봉 보다는 수평적 소통이 이유였다.

재계는 간혹 “오너 1세대의 엄격한 교육 경영이 있었던 곳은 오너리스크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오너들은 지금 완전히 다른 소통 경영을 쫓아가고 있다.

차기총수들이 총수에 오른다면 기업문화는 더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때 더 급진적인 4~5세 오너와 알파세대에게는 다시 이들이 꼰대처럼 보일까? 이들보다 덜 개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키는 결국 MZ세대가 말한 ‘소통’ 그대로다. X세대도 알고는 있었다. M세대가 리더가 됐을 때는 한국기업 문화가 ‘소통경영’으로 뚫려 있기를 기대해 보겠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