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천에 와서 마주친 놀라움과 감동
[기고] 순천에 와서 마주친 놀라움과 감동
  • 신아일보
  • 승인 2023.06.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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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책임연구원 경영학박사 권혁필
ㄱ

몇일 전 저녁시간에 순천 동천에서 자전거 라이딩 중 야경사진을 몇 장 찍어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올리니 바로 한 친구가 응답을 해온다.

“너 언제 파리에 갔냐~?”

바로 이어서 다른 녀석이 핀잔을 주듯이 톡을 날린다.

“아념마~ 시드니여~!”

“하하하~”

아무래도 순천 동천의 야경은 외국을 많이 다녀본 친구들이 보기에도 프랑스 파리나 호주 시드니 정도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렇듯 인구 30만이 채 안되는 우리나라 남쪽 끝 작은 도시의 야경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인 파리나 뉴욕, 시드니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은 수준으로 매우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다는 사실은 순천이 주는 첫 번째 놀라움이다.

필자는 최근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모 기관의 요청으로 2주간의 출장기간 동안 순천에 머물면서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순천시내 곳곳을 자전거로 누비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저류지공원 중 오천그린광장의 모습(국내 최초로 재해시설인 저류지를 사계절 인조잔디가 만연한 광장으로 바꾸어 화훼연출, 바닥분수, 야간경관을 더해 새로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사진=권혁필)
저류지공원 중 오천그린광장의 모습(국내 최초로 재해시설인 저류지를 사계절 잔디가 만연한 광장으로 바꾸어 화훼연출, 바닥분수, 야간경관을 더해 새로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사진=권혁필)
동천 하류 아파트단지 옆 저류지공원의 야경(순천시가 약 50억원을 들여 24만5000㎡ 규모의 저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인조잔디광장 면적은 축구장 12개(10만㎡)에 달할 정도로 매우 넓으며, 높이 10m쯤 되는 오천언덕 2개와 바닥분수, 국내 최대 길이(1.2㎞)를 자랑하는 ‘마로니에(가로수 종류)길’, 2㎞ 길이의 맨발로 걷는 ‘어싱(earthing) 길’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권혁필)
동천 하류 아파트단지 옆 저류지공원의 야경(순천시가 약 50억원을 들여 24만5000㎡ 규모의 저류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잔디광장 면적은 축구장 12개(10만㎡)에 달할 정도로 매우 넓으며, 높이 10m쯤 되는 오천언덕 2개와 바닥분수, 국내 최대 길이(1.2㎞)를 자랑하는 ‘마로니에(가로수 종류)길’, 2㎞ 길이의 맨발로 걷는 ‘어싱(earthing) 길’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권혁필)

순천의 야경은 이 도시의 곳곳에 나름 잘 조성되어 있지만 그 중 백미는 순천을 가로지르는 ‘동천’의 야경과 인접한 ‘저류지공원(오천그린광장)’의 야경이다. 동천 주변의 가로수는 밤마다 경관조명으로 보라색, 노랑색, 녹색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무들과 다리 하단부의 화려한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동천 아랫지역에는 매우 넓은 하천 둔치에 녹색 잔디를 깔고 그 위에 군데군데 고동색 통나무 벤치를 올려둔 ‘저류지공원’이 있다. 스위스의 산 아래 녹색의 넓은 언덕풍경이 연상이 되는 그 공원에도 저녁시간에는 여지없이 경관조명이 호수 위를 비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간단한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실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동천 출렁다리의 야경(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에는 약 10여개의 다리가 있는데 야간에 화려한 경관조명을 비추어 멋들어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권혁필)
동천 출렁다리의 야경(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천에는 약 10여개의 다리가 있는데 야간에 화려한 경관조명을 비추어 멋들어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권혁필)

고단한 일상을 마치고 저녁시간에 아파트의 모습이 수면에 은은하게 비치는 인근의 하천과 호수공원에 나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매일 일상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순천시민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순천 시내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다 보면 또 하나의 놀라움에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인도(人道)와 자전거길이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잘 연결되어 있고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넓고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길은 연결되어야 한다’라는 철학과 신념을 가진 그 누군가가 순천시청에 있었고, 그 소신을 일선 행정에서 실제로 구현했다는 필자 나름의 확신이 들 정도이다.

대부분 도시의 인도와 자전거길은 대개 실제로는 주민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도로는 원래 사람이 다니던 길에서 시작했건만 어느새 차(車)들이 다니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꽤 오래전부터 ‘사람의 길’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 도시에서의 인도와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계단이 나타나거나 도로경계석에 막히거나 길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황당한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순천은 달랐다. 인도와 자전거길이 막힘이 없고 어디에서든 부드럽게 연결시켜 놓았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 비해 길의 폭이 널찍하고 차도와의 사이사이에 나란히 심어져 있는 가로수 나무들이 사람과 자전거를 차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인도와 자전거길을 직선으로 반듯하게 설계하지 않고 곡선으로 조성해 놓음으로써 주민들이 앞을 보며 걷도록 유도하였고 자전거 속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천 가로수 산책길의 야경(동천 양옆의 산책길 가로수에는 야간에 원색의 경관조명이 형형색색으로 시시각각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며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권혁필)
동천 가로수 산책길의 야경(동천 양옆의 산책길 가로수에는 야간에 원색의 경관조명이 형형색색으로 시시각각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며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권혁필)

차도와 인도가 만나는 교차로에는 도로 상부에 곡선으로 부드럽게 하늘공원길을 연결시켜 놓아서 주민들의 보행과 산책의 장소로 활용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문득 순천시와 같은 작은 도시(기초자치단체)에서 무슨 돈으로 이런 도시경관을 연출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장중인 기관에서 만난 순천시청 출신 전직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니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순천시는 기초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소속 공무원들의 국비확보 노력은 타 광역자치단체를 능가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국비확보 실적은 기초자치단체 중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금방 이해가 되었다.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건설교통부와 문화관광부 등 해당 중앙부처에 달려가서 설득하고 애원하여 받아오는 다양한 국가사업비가 오늘의 순천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중앙정부에서 비교적 각 지방에 공평하게 나눠주는 지방교부세로는 어림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이는 설명도 들었다.

결국 하나의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현장의 담당 공무원들의 소신과 철학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 두 요소가 잘 조화가 되어야 비로소 나오는 성과인 것이다. 돈만 많이 들여온다고 도시는 아름다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더 혐오스럽고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일선의 담당 공무원들의 소신과 철학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본이 아닌 인간중심’, ‘공구리(콘크리트)가 아닌 생태중심’, ‘건설회사 중심이 아닌 주민편익 중심’의 생각을 가진 현장 공무원들의 노력이 오늘날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순천을 만들었다는 깨달음을 얻은 필자는 올 여름 휴가는 가족들과 ‘국가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이곳 순천에서 보내야겠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했다. 

/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책임연구원 경영학박사 권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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