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 사기가 바꾸어 놓은 부동산 시장
[기고] 전세 사기가 바꾸어 놓은 부동산 시장
  • 신아일보
  • 승인 2023.06.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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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작은 나비 날갯짓이 큰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론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전세 사기가 이런 나비효과를 일으켜 국내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최근 아파트 임대차 시장을 보면 전세 비중이 커지고 월세 비중이 줄었다. 반면 전세 사기의 직격탄을 맞은 빌라와 오피스텔은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늘었다. 이런 현상이 전세 소멸을 앞당기고 있다.

부동산 정보 회사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수도권 주택 임대차 시장의 방향성이 잘 나타난다. 올해 1월1일부터 6월12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계약 30만9518건 중 월세 계약은 12만5067건으로 집계됐다. 월세 비중 40.4%로 작년 하반기 45.2%보다 낮아졌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수요가 월세로 유입되면서 월세 가격이 올랐지만 전세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내렸다. 최근에는 매매·전세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데 추가 하락 우려는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대출금리는 내려가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자 월세로 갔던 임차인들 일부가 다시 전세로 돌아온 것이다.

이렇게 전세 전환 비중이 늘어나자 수도권 아파트 월세는 약세를 보인다. 수도권 평균 환산보증금이 12.1%로 떨어졌다.

반대로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작년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확대했다.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중구, 경기도 고양시, 파주시, 인천 동구는 10%p 이상 월세 비중이 커졌다.

매월 내는 돈이 아깝지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월세가 낫다'는 판단에 월세로 수요 이동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 우려가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우려로 '보증금을 떼일까?' 불안한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대 흐름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후진적으로 불안정한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의 전세 약세가 두드러지고 심지어 아예 "전세는 불안하다"고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사기가 아닌 선량한 정상적인 임대 물건도 전세를 맞추지 못해 본의 아니게 역전세(전세 가격이 직전 전세 가격보다 더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온전히 반환하지 못하는 현상)가 생겨 발을 동동 굴리는 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 현상은 앞으로 1년 이상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으로 전세 시장이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용이 기반이 되는 전세에 대한 불신이 길어질수록 빌라와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세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또 내려간 전세 가격으로 수요를 찾지 못하면서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아파트로 가는 주거사다리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비싼 아파트로 가거나 부담스러운 월세로 갈 수밖에 없기에 서민들의 주거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와 오피스텔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사기범들이 문제다.

철저한 조사와 강한 처벌은 당연하고 제대로 된 예방 대책을 마련해 전세 사기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전세 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