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직장 내 괴롭힘, '직장이 지옥으로' 
[금요칼럼] 직장 내 괴롭힘, '직장이 지옥으로' 
  • 신아일보
  • 승인 2023.06.23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법인 아성 김진곤 대표노무사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아,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네” 일요일 저녁 14살 아이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직장인도 아닌데 다소 어이없기도 하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으리라. 의학상 용어는 아니지만 현대 직장인들의 불치병 중 하나는 '월요병'이라 할 수 있다.

직장을 그만둬야 없어지니 직장인 상태로서는 치유가 어렵다. 대개 일요일 오후나 저녁부터 느끼는 심리적 우울증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정식으로 실려 있으며 주말동안 흐트러졌던 생활리듬과 앞으로 다가올 근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중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월요병을 더욱 심하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직장내 괴롭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을까? 지난 2023년 3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으며 그중 절반은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특히 10%는 극단적 선택까지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2019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2년 세계 121개국의 15세 이상의 대상자 1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실태를 조사했는데 5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적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고자 2019년 6월21일 ILO가 제108차 총회를 통해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에 관한 협약(제190호)과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권고(제 206호)를 채택했다. 또한 이에 발맞춰 국내적으로는 직장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이나 이른바 ‘갑질’을 방지하고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됐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조,3조)

법에서 규정하는 직장내 괴롭힘이란 무엇일까?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이라 함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근로기준법 제76조의2)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을 때 반응은 어떠했을까? 상담이나 회원사 자문 등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느낀 바에 의하면 실효성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사용자는 ‘회사 이제 문닫아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는데 법규정에 의하면 괴롭힘에 대한 여러 책임과 의무를 지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벌칙까지 부과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조사의 주체가 사용자이므로 공정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관리자 직급인 경우는 ‘이제 부하 직원이 ’갑‘이라며 눈치 보여서 업무 지시도 마음대로 못하겠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 법이 신설되고 난 후 부작용이 적지 않게 목격됐다. 관련법은 말 그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임에도 근로자가 상급자나 사용자를 괴롭히는 법으로 종종 역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업무지시나 인사발령, 근태관련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다. 이외에도 업무가 조금만 가중되거나 힘들 일을 시켜도, 직원간 사적인 다툼이 발생해도 무조건 신고부터 하는 것이다.

회사는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관련 사항을 조사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자칫 노동청 대응을 잘못하게 되면 꼼짝없이 법위반으로 몰리게 되므로 조사보고서 등 대응에 따른 물적, 인적 소모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여전히 필요한 법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가 지니는 노동권과 인격권을 침해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고 업무관련 사고를 유발하고 근로의욕 및 직무수행능력의 저하, 효율이 떨어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게 한다. 또한 조직에 대한 헌신도와 동료의식의 저하로 이직을 자주 고려하게 된다. 가해자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자신이 당한것과 비슷한 양상의 괴롭힘을 하기도 하는 폭력의 대물림을 발생케 한다. 

결과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와 회사를 병들게 하는 주요한 원인인 것이다.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의무를 성가시고 불편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사전적 상담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진정, 고발을 사전에 차단 하는 효과도 있고 억울한 가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의 교육은 결과적으로 근로자 사용자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보다 세분화하고 구체적인 법률 명시가 필요하다. 대략적인 방향이나 범위를 알 수 있도록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관련 사항을 예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참고 자료 형태의 ‘메뉴얼’ 만으로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실효성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월요병을 완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김진곤 노무법인 아성 대표노무사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