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판타지 '영혼의 물고기'로 2000년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김유정의 소설집 '용의 만화경'이 출간됐다.
16일 황금가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고래뼈 요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에서 우주 개척 시대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세계를 보여 주는 10편의 중단편이 담겨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초기 사이에 쓰인 수록작들은 시대상을 반영하듯 대체로 어떤 시기의 마지막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인간 속에 섞여 살며 숙주의 생기를 흡수하던 흡혈귀가 팬데믹 사태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장미흔'), 파국적인 소식을 전할 사명을 띤 순례자가 쇠락하는 마을을 방문하며('나무왕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려 택한 냉동수면 에서 깨어나 보니 모두가 사라진 절대 고독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M과 숨').
그러나 이러한 종말들 은 항상 절망적으로 그려지지만은 않으며, 주류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인물들은 과거를 품에 간직한 채 새로운 갈망과 미래를 꿈꾼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으로 주인공을 경이의 세계로 안내하는 표제작의 초월자처럼, '용의 만화경'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만화경의 빛깔 같은 찬란한 꿈으로 안내할 것이다.
[신아일보] 권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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