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순의 정치… 민생이 답이다
[기자수첩] 모순의 정치… 민생이 답이다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6.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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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모순에 얽힌 설화는 이렇다. 시장에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있었다. 상인은 창을 팔 때는 '이 창은 그 어떤 물건도 뚫을 수 있다'고 홍보했고, 방패를 팔 때는 '이 방패는 그 어떤 물건도 막을 수 있다'고 소리쳤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 말을 듣고는 '그러면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상인은 할 말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요즘 정치는 참으로 모순적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날을 세운 지는 오래 됐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은 공룡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좌초됐다. 이 밖에도 방송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수두룩해 6월 임시국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쟁에 협치는 무산됐고 수많은 법안도 한 발조차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모두가 민생을 말한다.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어서 빨리 민생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한다. 참으로 모순적이지 않은가. 서로 끊임없이 정쟁을 펼치는 두 거대 정당을 보면 꼭 '이 창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 '이 방패는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외치는 것 같다. 그 가운데 그들이 소리치는 민생은 사라지고 없다. 모두가 민생을 말하지만 정작 민생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각 정당의 내부 사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없다고 한다. 용산의 당무 개입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의 모습은 '당정일체'의 표본이고, 일각에서는 '5인회' 이야기가 나온다. 윤핵관 논쟁을 피하고 싶다면, 용산 개입설을 피하고 싶다면 그렇게 보일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여당이 여당답게 대통령실을 견제할 때는 견제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계파는 없다고 한다. 친명이니, 비명이니 하는 말들은 언론에서 이야기할 뿐 내부적으로는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언론이 '갈라치기'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단일대오라고 할 수 있을까. 단합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양분돼 극명히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계파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모순이다.

모순은 참이 아니다. 오히려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는 '참 국회'의 모습은 아닌 셈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일 하라고 권한을 주었지만, 그 권한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곳이 지금 여의도다. 모순은 논리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국회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민생'이라는 초심부터 시작해야 참 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