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환경에서 최고경영자(CEO)는 변화를 관리해야 한다.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CEO는 본인이 아는 시장의 전문가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전문지식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힘을 키워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통찰력을 담금질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독서를 꼽을 수 있다.
금융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와 빅테크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며 경계를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금융사는 글로벌 전략 기지를 두고 저마다 전략을 세워야 하는 ‘빅블러(big blur)’ 시대와 마주서게 됐다.
그만큼 각 CEO들의 국내외 행보는 바빠질 수밖에 없다. 바쁜 경영행보 만큼이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녹여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CEO가 손에 쥔 책이 ICT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면 금융을 넘어 IT 생태계를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는 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글로벌 기업의 태동과 투자요령을 담은 책은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또 글로벌 거점의 공략 방법에 대한 고민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이를 아우르는 플랫폼 관련 서적을 읽는 CEO라면 조직과의 소통을 위한 행보를 준비할 것이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인 워렌 버핏도 투자 전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다고 익히 알려졌다.
그는 글로벌 투자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할 때마다 해당 기업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업을 분석해야만 백전백승의 승률에 더욱 빠르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워렌 버핏은 ‘늘 배운다는 자세로 투자하고, 실패한 투자에서도 교훈을 얻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데이터는 쌓여가고,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때 판단은 빠르고 남다를 수 있다. 그렇다 보면 실패보다 성공사례가 뒤따를 것이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노하우는 남달라질 수 있다.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 6개 금융사 CEO는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해외 IR(기업설명회)을 열고 우리 외국인 투자환경에 대한 홍보에 매진했다.
이번 자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국내 금융 산업과 제도, 정책 환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내 금융사와의 비즈니스 협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 CEO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각 기업이 지닌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소개했다.
이들은 빅테크 등이 금융 산업에 불어넣을 역량에 예의주시하는가 하면, 플랫폼의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 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 금융시장의 매력을 강조했고 해외시장과 원활히 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 CEO가 손에 쥔 책을 예의주시할 때다. 이들이 꺼내든 책은 한 템포 쉬기 위한 쉼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묘수가 담긴 기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