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 의결… 정부 "처우는 국가 책임"
민주 "국회서 재투표 나설 것"… 간호협회, '단체 행동'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당장 야권과 간호계는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는데, 의료계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초 양곡관리법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이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15일 이내 국회로 이송된다.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한다면 간호법은 법률로 최종 확정된다. 이 경우 대통령은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재적의원 299명, 국민의힘 의원이 115명인만큼 사실상 재의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해 업무 범위, 처우 개선 등을 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간호사단체는 처우 개선을 이유로 법안 제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단독 개원' 가능성을 우려한 의사단체 등이 반대하면서 의사계와 간호계 사이의 충돌이 발생해왔다.
당장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야권과 간호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면서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법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21대 총선 공약인데,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간호계는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국무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며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을 예고했다.
앞서 간호협회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당장 의료 현장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회의 의결 후 브리핑을 통해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의료, 요양,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정부는 4월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며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며 간호사가 우수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