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힘쎈충남 2·3급 고위직 승진 인사...'신의한수’vs‘궁여지책’
[기자수첩] 힘쎈충남 2·3급 고위직 승진 인사...'신의한수’vs‘궁여지책’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3.05.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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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5월 1일 자로 단행한 2·3급 고위직 승진 인사를 두고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신의 한 수'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궁여지책'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조원갑 자치안전실장의 행정안전부 전출에 따라 재난·안전 분야 총괄 컨트롤타워인 자치안전실장 자리에 정한율 홍성 부군수를 승진 배치하고, 나아가 이 부서 국장급 간부를 부단체장으로 영전 발령했기 때문이다.

도는 이번 인사에 대해 최근 홍성·금산 등 산불 발생과 관련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업교통재난대응과장, 민방위과장 등을 거쳐 2019년 도에 전입한 정 부군수가 재난안전 분야 전문성과 국가-지방의 행정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라는 것이다.

홍성 부군수 자리는 도정 최초 여성 부단체장으로 조광희 안전기획관을 배치했으며, 안전기획관에는 남상훈 농업정책과장을 승진 배치했다. 현재 공석인 사회재난과장 자리에는 올해 초 행정안전부와 계획 인사교류로 도청에 파견된 박성철 자치경찰행정과장이 전입 배치됐다.

이를 두고 도청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적당히 어울리면서 상존한다. 64년생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여성 공직자들은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팀장급과 주무관급 일각에서는 ‘인사에 있어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룰도 없고 주먹구구식이다’라고 꼬집었다. 재난안전실의 실장과 기획관 그리고 과장이 일시에 교체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되묻는다.

강관식 인사담당관은 이번 인사와 관련, “민선 8기 힘쎈충남 실현을 위해 도정 주요 현안에 박차를 가할 때”라며 “전보인사를 최소화하되, 고위 직위에 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도청 공직자 A씨(4급)는 "먼저 조원갑 실장의 행안부 전출은 도정 발전을 위한 고시 출신 공직자에 대한 시금석 될 것이다“라면서 ”갑자기 이뤄진 인사여서 적임자 찾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인데 마침, 최근 발생한 홍성·금산 등 산불로 고생한 공직자가 있어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다른 익명의 도청 공직자 B씨(5급)는 ”도정 최초의 여성 부단체장 출연은 여성 공직자의 사기 앙양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다”라면서도 “지난번 인사에서 국장 승진 0순위였음에도 기술직에 자리를 빼앗겼다는 비난 속에서 명퇴를 신청하고 산하기관 실장 자리 공모에 응시해 합격했지만 포기했던 사람을 1년짜리 국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계획 교류 인사를 은근슬쩍 전입시킨 것을 비롯해 한 부서의 수장을 비롯해 간부들을 대폭 물갈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한 명의 조직원을 승진시키면 다른 10명이 불만을 품는 게 인사라지만 이번 인사는 너무 심했다”라고 비판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잘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순리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다.

승진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대상자는 넘쳐나고, 분야별 업무도 선호와 비선호로 나눠지는 등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공평한 인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래서 어느 조직보다 인사에 예민한 공직사회에서 조직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인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