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기현 대표께 드리는 글
[기자수첩] 김기현 대표께 드리는 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4.2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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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당대표란 게 되고 나니까 생각보다 더 쉽지 않죠?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 먹는 자리인데,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은 안 하시나요.

대표님은 당대표 선거 운동 하실 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 당 지지율 55%까지 끌어올리시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지난 18일 알앤써치 여론조사(뉴스핌 의뢰, 지난 16~17일 전국 성인남녀 1017명,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6%, 윤 대통령 지지율은 33.2%를 기록했네요. 반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64.7%였어요. 오히려 이쪽이 대표님이 말한 수치에 더 가까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님은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적인지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 나아가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고 여론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취지로까지 발언하시면서 문제를 키웠습니다. 이거 참, 당대표 선거 때 지원받은 게 있어서 한 소리 하지도 못하겠고 참 답답하셨겠어요.

대표님은 요새 언사에 특히 주의하시잖아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찾았던 지난 14일은 기억나시나요. 기자들이 하도 입장을 물으니까 결국 "이렇게 매일 매일 현안 질문할 거냐"고 하셨잖아요. 질문하는 게 직업인 기자들에게 공당의 대표로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 게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당에서는 대표님 속도 모르고 자기들은 함부로 말하니, 속상하시겠습니다.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조수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파를 통일할 사람"(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나열하기가 어렵습니다. 가히 압도적인 건 'JMS 민주당'이었지요. 그거 아십니까. 일각에서는 이쯤 되면 국민의힘에서 '헛소리 당번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TK(대구·경북) 지역 지지도가 빠지는 게 심상찮아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갈까 했더니, 당내 구설수 때문에 가지 못해 산토끼와 들토끼 둘 다 못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방에서 도와주진 못할망정 '똥볼'만 차는 게 문제지, 왜 내 리더십이 문제인가라는 억울한 생각도 들 겁니다. 그런데 이건 리더십 문제가 맞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최고위원들은 여전히 당과 당원을 대표하는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을 전면 쇄신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대표'라는 오명을 확인해 주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이젠, '김기현 리더십'을 보일 때가 아닐까요.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