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선거제 개혁, ‘기득권’부터 포기하라
[데스크칼럼] 선거제 개혁, ‘기득권’부터 포기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23.04.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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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정치사회부장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지만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표가 50%에 육박하는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두고는 ‘백인백색’ 의견이 엇갈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또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번 전원위에서 유일하게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부분은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지다. 소선거제에서 나오는 과도한 사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비례대표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실패한 제도다.

여야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예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정치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반영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양대 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주장은 뼈아프고도 웃픈 정치 현실이다. 하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주장과 뭐가 다른가. 

기득권 거대양당이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다시 선택하면서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갖다 붙이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되, 유권자들이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덴마크, 스웨덴같은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승자 독식의 정치 구조,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심각한 지역대결구도와 정치양극화는 정치·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거대 양당 독과점을 막기 위해선 그들이 누리는 특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폐해도 완화될 것이다.

정치개혁의 진정성은 기득권 내려놓기다. 국민 70%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는 ‘그들만의 리그’, ‘일 안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냉소적인 시각이 잘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단순히 의원 정수를 줄이라는 게 아니라 특권을 누리고 휘두르는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다.  

전문가들은 선거법 등의 정치관계법은 이해 당사자인 의원들이 직접 발의,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위원회에 위임한 후, 제안된 법안에 대한 찬반 표결권만 주자고 주장한다. 이 역시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불체포·면책특권 오남용, 윤리위 솜방망이 처벌, 세비 인상, 특별활동비 등 각종 명목의 지원금,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 게다가 선거 운동에 있어서도 국회의원은 공무원 신분인 보좌진을 지역구 관리와 선거 운동원으로 동원할 수 있다. 정치신인보다 현역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혜는 200가지가 넘는다는 비아냥까지 나올까.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민주당 초선 오영환 의원이 내년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그는 자신의 사명인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공시생이 되겠다’ 했다. 그에겐 기성정치 벽이 너무나 높았던 것일까. 21대 초선 불출마1호가 왜 오영환이어야 하는지 마음이 착잡하다.  

“결국, 제도가 아닌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치는 국가의 미래가 아닌 당리당략을 또 국민이 아닌 지지층만을 보고 있습니다.(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지금이라도 뼈아픈 반성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당리당략, 사익을 버리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주진 정치사회부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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