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 혁명, 사회적 합의가 우선
[데스크칼럼] 금융 혁명, 사회적 합의가 우선
  • 신아일보
  • 승인 2023.04.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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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재 경제부국장
 

산업혁명이 온전히 안착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과정은 사회적 합의다. 사회적 합의가 좋은 결론을 이끌지 못하면 두고두고 뒷말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자율주행자동차만 해도 실제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동차 제조사와 운전자 중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고를 일으킨 자동차를 감옥에 보내 죄를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사와의 촘촘한 정보 교류도 필요할뿐더러,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전력사용량에 대비해 어떻게 생산하고 배분하며, 충당해야 할지 등을 두고 사회적인 합의를 맺어야 한다.

금융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은행업의 확대를 경계하고 규제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 한창이다.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이용자의 편의 제고를 도모한다는 게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로 비춰진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확대 도입에 제동을 걸고 나선 반면 비은행권은 혁신금융서비스 출현과 이를 통한 편익 증대를 이유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은행은 과거 핀테크 업계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추진 당시 이용자가 체감하는 지급서비스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이 급증하고 ‘디지털 런(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발생 위험이 증가해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은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는 세계 금융시장을 역행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한국은행은 세계시장에서 결제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담보하지 않고 비은행권의 소액결제를 전면 허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더 나아가 최근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불거진 결제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현재, 이런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은행 외 증권·카드·보험 등의 금융사들은 지급결제 업무를 도입하면 국민후생 증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각 사업자들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도입은 새로운 기회라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동일기능, 동일리스크 관점에서 필수적인 금융 안정 수준을 전제로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종지업 도입은 빅테크 특혜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 외 금융사들은 종지업 도입 시 계좌 운영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미미할 수 있고 빅테크와 수수료를 두고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불가하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뒷말도 나온다. 

특히 무엇보다 금산분리 등 금융권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하지만 관련 법제정 보완은 물론 금융노조 등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금융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진흥법을 만들고 규제로 견제하는 게 마땅하다. 

이를 제대로 안착시키려면 모두가 만족해야 하는 결론을 이끌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관련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든 조급할수록 설익을 뿐이다.

 

/나원재 경제부국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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