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를 접하고 무슨 말인가 했다. 검색해 보니 역시 안좋을 것이라는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떼카’는 단체 대화방에서 한 사람을 초대해 단체로 욕을 하며 괴롭히는 행위, ‘방폭’은 피해 학생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놓고 모두가 퇴장하여 온라인상에서 왕따를 시키는 행위, ‘카톡감옥’은 여러 명의 학생이 한 학생을 단체 대화방에 지속적으로 초대해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괴롭히는 행위라고 한다. 또 ‘멤놀’은 멤버 놀이의 줄임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가장해 인터넷 공간에서 역할놀이를 하다가 역할놀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 명을 몰아서 비방하고 따돌리는 행위, ‘인증놀이’는 수치스럽거나 하기 싫은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여 인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학교와 학원 등 학생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뤄지던 오프라인 학교폭력은 집에 오면 잠시나마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급속도로 발전한 IT로 인해 시공간을 넘어 24시간 동안 학폭이 이뤄질 수 있는 판이 펼쳐지게 됐다.
사이버폭력은 언어폭력,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을 통칭한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피해의 주요 경로는 문자 및 인스턴트 메시지가 55.6%, SNS가 34.5%, 온라인게임이 18.4% 순이었고, 주로 사용하는 SNS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ASK, 디스코드 등이 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에서 ‘떼카’, ‘카톡감옥’, ‘방폭’ 등의 방식으로 사이버 폭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이버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폭풍적 인기를 끌었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복수’가 자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 사이버폭력 가해 동기로 가장 많은 청소년이 ‘복수심’(38.4%)을 꼽았다. 성인은 ‘재미나 장난’(39.2%)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복수심’이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아 사이버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가해 대상은 ‘전혀 모르는 사람(51.8%)‘이라고 절반 넘게 대답해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더했다.
학교 폭력 양상은 더욱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학교폭력 공간도 SNS를 거쳐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와 가상현실로 옮겨왔다. 최근에는 전동킥보드 앱과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몇 년 뒤에는 어떤 새로운 유형이 생겨날지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상에 한 번 유포되고 나면 가해자의 범위도 급속도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익명성을 보장받는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온라인상에서의 언어 모욕 정도는 폭력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바꿔야한다. 이를 위해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어릴때부터 꾸준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폭력을 재미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현상 또한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사이버폭력 피해자들은 우울·불안·무기력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극단적 충동까지 느꼈다고 한다. 사이버 공간이 인격침해나 상대방 공격의 무대가 되어선 곤란하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사이버 공간을 건강하게 활용하는 에티켓부터 함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