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 칼럼] 충남 아산시 교육협력사업 중단 갈등… ‘共命之鳥’
[신아 칼럼] 충남 아산시 교육협력사업 중단 갈등… ‘共命之鳥’
  • 신아일보
  • 승인 2023.04.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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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룡 충남도청 주재 부국장

 

 

불교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의 새(共命之鳥)가 있다. 결국에는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이렇게 ‘목숨을 함께 하는 새’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共命之鳥는 2019년 12월 교수신문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해 유명세를 타게 됐다. 교수신문은 “우리 사회가 좌우 진영논리로 갈라져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아산시가 집행해야 할 교육협력 지원 사업 예산 중 상수도 요금 감면 취소를 비롯해 다섯 가지 예산 약 9억1000만원에 대한 집행 중단을 선언하자, 운명공동체라 할 수 있는 아산시와 아산시의회·충남도의회 그리고 충남도교육청(교육지원청) 간 갈등이 고조, 도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共命鳥가 연상된다. 

아산시는 사업비 집행 중단 이유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내세웠다. 또 도교육청이 사용처가 불분명한 기금(교육재정안정화기금) 1조 원을 쌓아놓고 있다. 이 재원을 교육 사업이 온전히 투자하기는커녕 기금을 감추어 놓은 채 보조적 역할이 소임인 시·군에 떠넘겨 왔다. 교육은 국가사무로, 본질적 교육 사업은 국비로, 지방자치단체는 보조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는 거다. 

실제 아산시는 현재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채무 규모가 1382억원으로 1위다. 인구가 두 배가 많은 천안시(1313억원)보다도 더 많다. 또 아산시는 재정운용 자율성의 척도인 재정자주도가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15위(2022년 기준)로 가장 열악한 수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시가 매년 교육 지원 사업에 관행적으로 집행한 예산이 약 100억원이나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시의회는 시장이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권한인 예산의 심의·확정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도의회 교육위도 시의회에서 통과된 예산이 별도의 심의의결 없이 삭감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 교육재정안정화기금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기초자치단체인 아산시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문제를 제기할 사항이 아니라고 각을 세웠다.

도교육청은 시의회에서 의결해 주었는데 시에서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교육지원경비를 도교육청에서 집행할 계획은 없다. 교육협력 논의기구인 충남교육발전협의회와 교육행정협의회 등을 통해 교육협력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들의 갈등 행태를 두고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도토리 키 재기’라고 일축하고 있고 있다. 아산시에는 소통부재를 꼬집고, 시의회와 도의회 교육위, 도교육청은 권위적이라는 비판이다. 차선책 마련을 하면 될 것을 죽기 살기로 싸움질을 한다는 거다. 

이런 가운데, 김태흠 도지사가 교육지원경비 예산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상수도요금 등 지자체의 교육협력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지자체가 협력해야 할 것들은 새롭게 발굴해서라도 지원해야 하지만, 무분별한 협력은 안 된다는 거다. 사실상 아산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합리적인 김 지사의 판단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기룡 충남도청 주재 부국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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