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준금리 인상 덕에 큰돈 번 은행, 사회적 책임 더 무겁게 인식해야
[기고] 기준금리 인상 덕에 큰돈 번 은행, 사회적 책임 더 무겁게 인식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3.02.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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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주요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축통화(Key Currency: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한국의 원화 입장에서 미국 금리를 추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2월 1일 기준 연 4.50〜4.75%)에 따라 1년 5개월 만에 10차례나 빠른 속도로 인상(1월13일 기준 연 3.50%)하는 동안 은행들도 대출 이자율을 크게 올렸고, 자금 중개 기관인 은행이 자금차입자로부터 수취하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예금금리 간의 격차로 생기는 은행수익의 본질적 원천인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자 수익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틈타 별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번 은행에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37조9628억 원에 이른다. 총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자 수익이 이들 회사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최근 4대 금융지주가 2022년 경영 실적 공시를 통해 밝힌 지난해 순이익을 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2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재작년보다 15.5% 늘어났다. KB금융은 0.1% 늘어난 4조4133억 원, 우리금융은 22.5% 늘어난 3조1693억 원, 하나금융은 2.8% 늘어난 3조6257억 원의 큰 이익을 냈다.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은 줄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문 이익이 급증한 덕이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쉽게 이자 수익을 늘렸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전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기준, 가중평균)는 2.55%포인트로 2021년 말의 2.21%포인트보다 0.34%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총대출 금리는 3.04%에서 4.92%로 크게 뛰었다. 자금이 남는 경제주체로부터 예금을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이를 다른 경제주체에 대출하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금중개 기능이 지난 2월 9일 발표한 ‘2023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19억 원인데 예금은행의 1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도 1178조2103억 원으로 거의 비슷한 규모다. 게다가 가계대출의 75.8%인 798조8475억 원은 떼일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고금리 부담에 서민 가계는 힘겹고 고통받는데 은행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이자 장사’를 해왔다는 따가운 시선과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취약층에게 난방비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나서기로 했지만 은행들이 성과급도 후하게 받았다. 시중은행의 일반 직원들은 올해 연초 성과급으로 기본급여의 300~400%씩 받아갔고 일부 고위급 임원들의 경우 성과급 규모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이상이었다. 특히 은행들이 비대면,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영업점 축소와 맞물려 희망퇴직의 문호가 넓어지면서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을 할 경우는 특별퇴직금에 일반퇴직금을 더하면 4억〜5억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주 배당도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적 호전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고는 하지만,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취약계층 가계의 궁핍하고 열악한 처지에서는 씁쓸할 뿐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나 사회적 압박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사회적 공헌이 아니라 은행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발적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2월9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비자 안내를 강화하고 공시를 개선하는 등 금리인하요구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겠습니다”라고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권리가 향상될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소비자 안내를 강화하고 △금리 인하실적 공시를 보완하는 한편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결과에 대한 통지를 구체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본인의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이 개선된 경우에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2018년 12월 은행·보험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법제화(법률로 규정)된 이래 2022년 1월 상호금융회사에서 법제화하였고, 행정안전부 소관인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는 2022년 11월 '새마을금고법' 개정(’23.5월 시행)으로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자를 깎아주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2021년도 기준 23만4652건으로 전체 접수건수(88만247건)의 26.6% 수준을 보였다. 이는 그 전년(28.2%) 대비 1.6%p 감소한 수치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28.8%에 그쳤다. 결국에는 금융당국이 나서 월급이 오르거나 승진해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借主)에게 금융회사가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도록 했다. 은행이 기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금융당국이 개입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新) 관치’ 논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이 잦아지고 있다. 예금금리를 틀어막아 시장에서 5%대 고금리 예금이 사라지게 하더니 은행만 웃는다는 비판이 거세자 대출금리까지 눌렀다. 이를테면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4일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예금 이자는 되레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연 5%가 넘었던 은행권 정기예금 이자는 4%대 후반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대출 금리는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대출금리는 못 잡고 예금 이자만 잡는다.”라는 불만이 들끓자 당국이 부랴부랴 대출 시장에도 끼어든 것이다. 더 나아가 퇴직연금 금리도 누르고 나섰다. 자금시장 쏠림 등을 막는다는 명분이다. 고육지책이라고는 하나 임기응변 처방을 너무 거리낌 없이 꺼내 든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착한 관치’라지만 땜질식 처방 다름 아니다. ‘착한 관치’도 오래 자주 하면 습관이 되고 탈이 난다는 어쭙잖은 교훈만 남겼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도 지켜보기 민망스럽고 국민들은 불편했다.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고, 3연임을 원했던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당국의 압박에 퇴진한 것으로 보도됐다. 전(前) 경제관료 출신이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3 연임, 4 연임을 구가하며 자신만의 왕국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스스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제대로 된 후계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한 탓이란 뒷말이 무성하다. 은행 영업시간은 코로나19로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단축해 운영하다가 지난달 30일부터 다시 정상화됐다. 하지만 이 과정을 두고도 국민들의 시선을 곱지 않았다. 급기야는 사측을 고소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2021년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가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했다. 2021년 직원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2억 원에 근접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춰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줄이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은행이 배당을 늘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 비율을 낮추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 경영진은 무리한 배당을 중단하고, 서민 대출이자 경감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은행들이 경영혁신으로 성과를 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도한 ‘이자 장사’와 ‘고객 불편’을 외면한 경영 실적이란 지적들이 비등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의 사상 최대 수익을 바라보는 여론은 따갑고 매섭다. 서민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은 급증한 빚과 과중한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데, 게다가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감정이 극도로 민감한 판인데 은행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은행은 주식회사이면서도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 공공재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은행의 공적 책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 기업인 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흔들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자제와 인내도 필요하다. 결국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화도 빠르게 추진해야만 하는 과제이지만 이에 앞서 고객 중심 점포 운영 방안도 더 고민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6일 은행의 큰 이익은 과점 체제 덕분이며, 과실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국민들은 더더욱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고 싶지 않다. 차제에 금융당국은 단기 실적에 치중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를 잘 들여다보고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은행은 공공재'란 의미를 새겨듣고 찬찬히 반추해봐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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