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이자 장사' 꼬리표…은행 비이자이익 '뚝'
이유 있는 '이자 장사' 꼬리표…은행 비이자이익 '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2.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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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실적에도 비이자이익 급감…이자이익 의존도 심화
(사진=각사)
(사진=각사)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비(非)이자이익 부문은 크게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대내외 경제시장 악화로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1조830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2조8313억원) 대비 35.4% 줄어든 규모다.

비이자이익은 펀드와 신탁, 방카슈랑스, 외환, 파생상품 등의 판매를 통해 거둔 수수료이익과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로 얻어낸 수익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 비중을 늘리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에 힘을 쏟아왔다. 비이자이익은 자본조달 부담이 크지 않고, 위험자산을 무리해서 확대하지 않아도 수익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자이익에만 기댔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고,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크게 줄어든 반면 이자이익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여전히 은행 순이익에서 이자이익 의존도는 크다는 뜻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2021년 26조4129억원에서 지난해 32조5229억원으로 23.1% 불어났다.

지난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이 감소한 배경에는 글로벌 긴축 가속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증시가 부진해진 데 있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 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은행이 직격타를 맞았다.

금융당국 규제도 비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은행권에서는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환매 중단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연달아 터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제한을 뒀다. 이 같은 조치가 은행 수수료 이익 감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별로 보면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꺾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2723억원의 비자자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6776억원에서 59.8% 급감한 규모다.

이어 KB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7110억원에서 3631억원으로 48.9%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도 9540억원에서 7390억원으로 22.5% 줄었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557억원으로 전년(4887억원)보다 6.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비이자이익의 상당 부분이 유가증권 투자 관련 수익으로 이뤄져 금리 상승기와 증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신사업 등을 통한 수익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