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 별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 별세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12.2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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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 "재개발 지역 철거반 본 뒤 포기했던 소설 다시 쓰기 시작"
2008년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8년 열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 기념낭독회 및 '침묵과 사랑' 출판기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집필한 조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26일 조 작가의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에 따르면 조세희 작가는 25일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

조 작가는 오랜 투병 생활을 겪었으나 일주일여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올해 4월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가평 출생(1942년)인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10여년 동안 소설 집필을 하지 않다가 1975년 소설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 소설 집필을 시작, 이후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단행본으로 출간(문학과지성사, 1987)했다.

조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네 가족이 산업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 당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솔직하게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고인은 2002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집필한 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고속 산업화 속에서)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세입자들과)같이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게 된 배경이 됐다"고 회고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올해 7월 기준 320쇄를 돌파(누적 발해 부수 148만 부)했으며 2000년대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특히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젊은층에 많은 영향을 준 소설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조 작가는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 등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얀 저고리'는 1980년대 초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했다가 중단되는 시련을 맞기도 했다. 서슬퍼런 군부 정권 시절,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담은 소설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채 다루지 못했던 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고인은 19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하기도 했으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한 지 30주년을 맞은 2008년엔 조 작가만의 문학정신을 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동료 및 후배 문인들의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됐다.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차려졌으며,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발인은  오는 28일이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