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수기업은 서로 도우며 진화한다
[기고] 장수기업은 서로 도우며 진화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2.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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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윤병섭 교수
 

유기체는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를 갖도록 진화한다. 동·식물은 물론 기업도 유기체이므로 진화해 오랜 수명을 유지한다.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파충류 공룡은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으나 사라졌다. 진화에 성공하지 못한 많은 식물도 소멸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대기업도 없어졌다.

식물은 오랜 기간을 거치며 기후가 변하고 대륙이 바다가 돼도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은행나무 같은 몇몇 식물은 지금까지 그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식물은 그 흔적만 남고 처음보다 많이 달라졌다. 진화해 살아남은 모습이다. 장수기업과 식물이 지닌 공통점은 오래 산다는 것이고 오래 살기 위해 진화한다는 점이다. 자연 생태계로부터 얻는 교훈을 장수기업 만들기로 환류할 수 있다.

먼저, 장수기업은 외부 자극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으로부터 자극받을 때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는다. 경쟁기업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면 당한다. 동물의 세계와 같은 정글에 있는 장수기업은 다양한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1854년 설립된 미국 더불유알그레이스(WR Grace and Company)는 설립 초기 구아노(guano), 즉 광물질 인광석을 캐다가 인·질산염 등을 정제해 천연 비료나 화약의 원료로 판매했다. 그리고 변신을 거듭했다. 구아노 유통에서 설탕과 구리로 사업 전환했고 항공사도 설립했다. 지금은 신장투석기를 공급하는 화학회사가 됐다. 카멜레온처럼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업종을 바꿔 장수하고 있다.

2012년 1월 화학필름 회사 코닥이 파산했다. 그러나 경쟁사 후지필름은 살아남았다. 같은 시기, 같은 제품, 같은 디지털 기술의 압박을 후지필름은 견뎠고 코닥은 무너졌다. 후지는 화학, 재료공학, 광학 분야의 기존 지식을 가지고 화장품부터 의약품, 의료 시스템, 바이오 물질까지 여러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중 몇몇 분야는 실패했지만 신중함, 다양성, 적응성 원칙을 정해 놓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힌 것이 후지를 버티게 한 힘이 됐다.

장수기업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터득한 최적화 된 핵심 경쟁력을 활용하는 남다른 전략을 펼친다. 평온한 들판에도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강점으로 만들어 경쟁에 집중하고 차별화한다. 핵심기술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연결고리로 만든다. 일본에서 몇 대에 걸친 대물림으로 가업을 잇는 장수기업, 즉 시니세(老舗·노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장인정신 다마시이(魂·혼)가 있다. 살아가는 비법이 담긴 가훈이나 사시(社是)를 애지중지하며 지키려 애쓴다.

또한 장수기업은 생존하고 번영하면서 쌓은 지혜를 유전하며,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혁신 DNA를 대물림한다. 점진적 혁신이 아니라 급진적 혁신을 하는 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아 성공으로 이끈다. 아이디어는 또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하고 결합한 아이디어가 제품이 될 때 고객은 누군가의 혁신으로 윤택한 삶을 영위한다. 고(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83년 도쿄선언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전 회장은 그로부터 약 4년 뒤 세상을 떠났으니 경영 일선에서 마지막 도전이었다. 당시 시기상조로 여겼던 반도체 산업이 지금은 세계 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 됐다.

끝으로 장수기업은 서로 다른 종(種)의 생물이 생리적·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를 유지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려고 경쟁하거나 갈등을 불러오지 않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존가능성을 높인다. 산호초는 포자번식을 하는 조류 식물을 체내에 기르며 바다의 숲을 이룬다. 지의류(地衣類)는 곰팡이와 조류의 복합체로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공생생물이다. 종자식물은 벌, 나비 등이 꽃의 꿀을 먹으면서 포자를 수정해 열매를 맺도록 유인한 곤충을 매개물로 삼는다.

가족기업은 동업종·이업종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면 공생을 한다. 그러니 공생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장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아이디어, 전문기술·지식, 지식재산권을 상호 교류하는 환경 조성은 효율적인 사업화 촉진을 이끈다.

4차 산업혁명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에 맞닥뜨려 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이슬처럼 사라져 잊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소비자 욕망의 변화가 솥에 팥죽 끓듯이 바뀌어 시장에 내놓는 신제품개발 속도를 빠르게 하지 않으면 쇠퇴기를 맞는다. 지금과 같은 시계 제로의 경제환경이라면 상리공생 관계를 유지해 진화하는 경영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때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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