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꽁꽁 언 부동산 시장 해법이 안 보인다
[기고] 꽁꽁 언 부동산 시장 해법이 안 보인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0.11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빙하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어느 정도 조정되는 것은 정상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급히 먹은 떡이 체한다고 이런 식의 조정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10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국 -0.2%, 서울-0.2%, 수도권 -0.25%로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세종시는 -0.39%로 전국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똘똘한 한 채의 대표였던 재건축아파트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신축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 등 정부의 규제 완화가 기대에 못 미쳤고 전세가율이 낮은 탓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금리 인상에 더 취약한 부분도 있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 수요가 많이 유입되다 보니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주축인 청약시장도 한풀 꺾였다. 특히 작년 주택 조기 공급을 위해 도입된 사전청약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추정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많이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정부는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는 마당에 사전청약 받은 아파트는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악재 속에서 차라리 포기하고 관망하다가 더 떨어지면 그때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확실한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아파트에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조합 분양 취소 분 6가구를 일반분양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에는 수천명이 몰려 전용면적 74㎡ 타입은 1000대1의 경쟁률이 나왔다. 당첨만 되면 1억5000만원 이상 확실한 시세 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몰린 탓인데 이걸 정상으로 볼 수는 없다.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도 확실한 투자 수익이 보장만 된다면 투자 수요는 몰려든다.

문제는 지금 확실한 투자 수익이 보장되는 부동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파트의 경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꺾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 시장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 부담이 커졌고 집이 안 팔리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공급이 늘어나 전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역전세난이 발생한 일부 단지의 집주인은 떨어진 전세가격을 대신해 명품백을 주면서 세입자를 찾으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며칠 전 방문한 세종시 모 부동산 사장님은 7월 이후 매매·전세 계약을 하지 못했고 월세 계약으로 겨우 버틴다고 했다.

저금리와 유동성 파티에 취해 보지 못했던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급격한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은 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한국은행의 빅 스텝(0.5%p)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12월이 되면 차라리 10월이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이 이런데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PIR(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타령만 하면서 55% 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가격 조정이 되더라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거래가 수반되면서 진행돼야 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경제위기 속에서 내수경제의 버팀목인 부동산이 무너질 경우 세수 감소, 부실 채권, 역전세, 소비 감소, 내수경기 침체 도미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앵무새처럼 "문제없어", "괜찮아"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의 불확실이 제거될 때까지 적어도 거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자세라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