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산 시대’ 본격화, 실천하는 정부 되길
[기자수첩] ‘용산 시대’ 본격화, 실천하는 정부 되길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6.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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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대신 용산 대통령실을 이용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용산 시대’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왜 용산으로 가겠다고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들을 여직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용산 시대’로 시민들이 가장 불만을 내비치는 대목은 출근길 교통 통제와 막대한 예산 투입의 문제이다.

자택 서초동에서 업무를 보는 용산 대통령실까지 출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차량으로 약 10분 정도다. 대통령의 원활한 출근을 돕기 위해 경찰과 경호원은 차량 이동 동선에 따라 교통을 통제한다.

대통령 자택인 서초 아크로비스타에서 출근 차량이 지나는 반포대교 인근, 이촌역 인근 미군기지 13번 게이트는 주요 신호 통제 구역이다. 이 때문에 이 길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게 된다.

이를 두고 A씨는 “청와대에 있으면 그 부근만 통제하면 되는데 아침마다 많은 사람을 대동해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 같다. 이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자는 여기서 반문해본다. 장애인 단체가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 괜한 사람이 1시간 이상 피해를 본 건 괜찮냐고 말이다.

같은 맥락인지 아닌지 답을 해보라 하면 막상 쉽게 답을 내놓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은 안 되고 장애인 단체는 괜찮다고 하면 그건 또 평등에 위배 돼 스스로가 흑백논리를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예산 투입의 시각도 그러하다. B씨는 “천몇십억 원이 들어간다는데 그걸 옮겨서는… 아침에 청와대 앞에서 브리핑하면 되지 꼭 용산 청사 로비에서만 하나…”라며 혀를 찼다.

수백억을 들여 청사를 이전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으나 아방궁 같은 곳을 벗어나 역동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비용을 투자했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청사 이전을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수억, 수십억 예산을 투자해 이상한 조형물을 만들어 다시 부수는 그런 쓰잘머리 없는 행동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다만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옴으로써 보이는 문제점 하나를 꼽자면 대통령 자택을 경호하는 인력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재 서초동 대통령 자택은 1층 입구를 비롯해 지하 주차장까지 경호 인력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로테이션 일정으로 지하주차장 근무가 걸리는 경찰이나 경호원은 그날 하루는 해가 떠 있는 것도 못 보고 지하에서 내내 보내야 한다.

수상한 자가 지하주차장에서 어슬렁거리는 일은 거의 없겠으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수십 인력을 빈 자택에 서게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다음 달 한남동 새 관저가 완공돼 대통령 부부가 그곳으로 들어가면 서초동 경호도 없는 일이 될 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용산 주집무실 청사도 완공됐고 이제 집중해 업무를 볼 일만 남았다. 성공은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이다. 업무 추진에 곡절도 있겠으나 부디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