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선구매 후결제 시장 '눈독'…리스크 관리가 관건
카드사, 선구매 후결제 시장 '눈독'…리스크 관리가 관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5.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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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중심 급부상…신한·KB국민 등 진출 준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카드업계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결제 형태인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BNPL은 소비자가 물건을 먼저 구매하고 돈은 나중에 내는 일종의 ‘외상’ 결제다. 가맹점은 BNPL기업으로부터 판매대금을 선지급받고 소비자는 해당 금액을 무이자로 일정 간격 나눠서 납부하는 구조다.

신용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제 한도 부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또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도 이용할 수 있어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르게 BNPL 시장 공략에 나선 곳은 KB국민카드다. 국민카드는 지난달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를 통해 다날과 BNPL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카드사의 신용평가‧채권관리 노하우와 다날의 통합 결제 관련 디지털 인프라를 융합해 신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후불 결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한 후 올해 3분기에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인허가 획득 기관인 ‘크레파스솔루션’과 손잡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향후 BNPL을 포함한 대안정보 기반 신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에서 현지 법인 롯데파이낸스를 통해 지난해부터 BNPL 서비스인 ‘페이 레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카드회사들이 BNPL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BNPL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업체가 선점한 상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4월에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를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 첫 BNPL 서비스 포문을 열었다. 

단, 현재 빅테크에서 제공하는 BNPL은 서비스의 핵심인 분할납부를 지원하지 않으며 결제 한도도 월 30~5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인 상태다.

카드사들이 BNPL 시장에 나서는 이유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악재로 본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이라, 향후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신파일러나 MZ세대를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에게 매력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호주의 BNPL 업체인 에프터페이의 이용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48%)와 Z세대(25%)가 전체 이용자의 73% 비중을 차지했다.

BNPL로 젊은 세대의 유입을 늘리고 앞으로 자사 신용카드 이용자로의 전환을 유도해 이탈을 막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 대비 높은 리스크관리는 숙제로 남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연체율은 1.26%다. 지난해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율(0.54%)의 두 배가 넘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수십 년간 쌓여온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연체율 축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