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중대재해법인가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중대재해법인가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3.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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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현대제철 사장과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각사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제철소로의 성장과 발전을 약속하며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두 철강기업은 공교롭게도 3월 들어 발생한 사업장 근로자 사망사고가 도마에 오른 기업이다.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냉연공장 도금 포트에 빠져 사망했다. 이어 5일엔 현대제철 예산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21일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안전벨트에 몸이 감기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그 어느 곳보다도 작업현장 안전을 강화해야할 생산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처벌 시행 2개월 남짓한 시점으로 비난은 더욱 거세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안전보건관리 조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가능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안전보건관리 조치 미흡이 확인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안동일 사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직접적인 처벌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제철은 박종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CSO)를 총괄 책임자로 내세웠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해 CEO 직속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전사안전총괄조직으로 안전환경기획팀을 꾸렸다.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이 가해진다면 최고 경영자인 안 사장과 장 부회장 대신 안전총괄담장자가 주요 처벌대상자라는 의미다. 최고경영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가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한다는 중대재해법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기 충분하다.

근로자 사망사고 당시 안 사장은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내세워서 회사 안전관리 수준이 차원이 달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동국제강은 “참담하고 송구스럽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회사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머리를 숙였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우리나라를 철강산업을 떠받드는 주요 기업들이다.

안동일, 장세욱이라는 ‘직접적인’ 최고 경영자가 나서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의 수많은 근로자들은 아직도 생명을 담보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