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석열, 그리고 이재용 정의선
[데스크칼럼] 윤석열, 그리고 이재용 정의선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2.03.1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5년간 규제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윤 후보가 기업친화정책을 내세운 만큼 경제계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런데, 윤 후보가 당선이 된 바로 다음날 대기업 한 관계자 표정은 환호가 아닌 긴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을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가 검사 시절 기업인들을 구속시키는 저격수로 활동해온 만큼 자칫 밉보이게 될 경우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오너가 경영권을 가졌다고 회삿돈 빼돌려 사익을 추구한다는 건 중대범죄다. 자본주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용납이 안된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

윤 당선인은 이런 상황에서 재계 1,2위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각각 구속, 불구속시켰다. 정의선 회장은 불구속 시켰지만 당시 현대차 총수인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직을 각오한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2005~2006년 자신이 직접 현대차 비자금 조성 정보를 입수, 사건을 수사하고 마무리까지 지었다. 당시 검찰총장이 ‘정몽구-정의선 부자’ 처벌 수위를 두고 고심했을 때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동시에 내민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사장 위치에서 눈물을 삼키며 아버지가 구속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국민들 모두에게 이름을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건이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특별검사 수사팀 팀장을 맡아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자로 판단, 구속시켰다. 그는 ‘삼성 창업 후 최초로 총수를 구속시킨 사람, 윤석열’으로 전국민에게 각인됐다. 이로 인해 윤 당선인은 당시 검찰총장에 올랐지만, 반대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치욕을 당했다.

그런 그가 이제 대통령이 됐다. 삼성과 현대차 기업 내부 사정까지 너무 잘 아는 대통령이다. 또한 현재 총수들과의 악연 골이 깊은 대통령이다.

기업친화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들이 원칙만 잘 지킨다면 처음 기대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확신이 든다. 윤 당선인은 전체적인 규제의 틀과 법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검사시절 기업인들을 옭죄는 역할을 했지만 대통령 자리에서는 기업을 잘 아는 만큼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인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윤 당선인은 산업분야에서 반도체사업 육성과 전기차 전환 확대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핵심으로 이끌고 계획한 사업이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윤 당선인을 선택했을지 궁금해진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