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산업계 압박…항공·석유화학 '초비상'
'치솟는 유가' 산업계 압박…항공·석유화학 '초비상'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2.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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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7년 만에 90달러↑…전기 사용하는 제조업도 부담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산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이겨내기 위해 수요 창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이란 악재를 맞게 됐다. 당장 항공, 화학 분야는 치솟는 국제유가가 원가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유입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7일 기준 배럴당 90.91달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92.69달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91.32달러다. 국제 원유 3종 모두 9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 산업계는 항공, 화학 등 석유제품을 사용하는 운송·제조 분야다.

이들 업계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요 확대 등으로 실적 호조를 보이며 국제유가 상승분을 방어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오름세가 장기화되면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서도 최근 대형항공사(FSC)를 중심으로 화물운송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항공유 급등이란 악재가 겹쳤다.

지난달 말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05.7달러다. 이는 전달 대비 27%, 전년대비 89% 급등한 가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약 360억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운항을 늘려도 항공유 사용량도 덩달아 늘기 때문에 급등 여파는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유류할증료가 상승해도 급등한 항공유를 방어하는데 쓰여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의료·위생용품, 포장재 수요가 증가해 실적 향상을 노리던 석유화학업계도 직격탄은 불가피하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생산된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톤(t)당 837.63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3.96% 증가했다. 지난해 1월29일 기준 톤당 511.88달러와 비교하면 63.6% 올랐다.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업체의 생산시설 확장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증가해 제품가격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세로 원가가 오르면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제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 도입에 맞춰 국제 연료가격 상승분을 올해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전기요금은 인상된다.

지난 4일 육지 기준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207.73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일 126.71원과 비교해 63.9% 증가한 가격이다.

SMP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동반상승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원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전기요금을 동결한 한국전력 적자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기료가 인상될 공산은 크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원재료 가격 증가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여기에 물류이슈, 미·중 갈등 등 대외변수도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대외변수에 따른 대응과 관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