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차질 없이 물류 관리' 팔걷어…팬데믹 해결에도 시선
실무전문가·석학들 "수출 위주로 금리 위기 헤쳐갈 수밖에" 당부
세계 경제를 코로나19가 강타한지도 2년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선 흐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우리가 물류 공급망 차질 현상과 팬데믹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검하고 수출 강화 노력을 본격 준비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8일 보고서에서 "재화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공급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점에서 문제를 짚고 있다. 이기열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7일 '항만물동량 추이와 전망'을 내놓고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 주요국 금리인상 추진은 물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물류 공급망의 불확실성 확대가 올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거론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추진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2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고 증가 배경으로는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차질에 따른 여타 중간재 출하 감소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우리의 경우 물류 공급망 차질을 미국과 같이 '경기는 회복되는데, 짐을 나를 수단이나 가동 인력이 부족해서' 빚어지는 상황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른바 '수출용 중간재 집중 국가'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대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은 "중간재 생산을 해외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 독일 등에서는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완성차를 중심으로 재고가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전자부품 등 중간재 생산이 많은 일본에서는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즉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근 제조업 재고 증가는 일반적인 경기둔화기에 주로 나타나는 수요감소보다는 금번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 주로 기인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최근 재고 증가가 향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3일 문승욱 장관 주재로 '무역·공급망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황을 주시 중이다. 아울러 각부서별 융합 노력을 통해 수출확대 및 공급망 대응 방안을 논의하도록 독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답은 수출이다. 제조업이 팬데믹으로 겪는 영향이 엄중하지만, 결국 해결책을 수출을 통한 자금 확보와 이를 통한 동력 공급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환율·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소지가 있다"고 현 상황을 풀이했다. 이어서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 금리정책을 쓰기 어렵고, 환율정책 또한 외환시장 개입 정도를 공개하게끔 돼 있어 활용이 제한된다. 정부 재정정책은 유효한 답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고환율을 활용해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 흑자를 늘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향후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앞으로 글로벌 공급 상황이 다소 해결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면서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될 전망이 가능하다. 이 틈새를 적극활용할 필요가 높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재축적(restocking)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경우 우리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이용대 한은 차장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물류는 비록 우리 경제가 겪는 어려움의 본령은 아니지만,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물류 공급 문제를 풀어놓고 그 기반 위에서 수출 활성화 등이 가등하다는 점은 틀림없다. 팬데믹과 제조업 펀더멘털간의 힘겨루기가 올해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