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정우 외친 '기업시민' 자격 의문
[기자수첩] 최정우 외친 '기업시민' 자격 의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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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선포한 지 3년이 지났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취임 직후 기업시민을 새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는 기업시민이란 단어를 두고 어떤 의미인지 알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포스코는 이를 의식한 듯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시민 개념을 설명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에 대해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개념으로 현대 사회 시민처럼 사회발전을 위해 공존·공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국민기업’으로 불렸다. 포스코는 지난 1968년 창립해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으로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공기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바뀌었다. 다만 포스코는 계속 국민기업으로 불렸다.

이에 최 회장은 포스코가 시민으로 불리기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시민의 차이를 생각하면 포스코를 왜 시민이라 칭하고 인격체를 부여하며 기업 뒤에 시민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에선 시민의 뜻으로 ‘시에 사는 사람’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시민사회, 시민운동, 시민단체 등으로 쓰여 의미가 사뭇 다르다. 사회적 용어에서 국민 대신 시민의 의미가 쓰이는 건 서양국가 관점에서 쓰인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선 시민의 뜻 중 하나로 ‘서양에서 국가의 정책이나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국민’으로 정의한다. 반면 국민은 ‘한 나라의 통치권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 풀이한다. 미국 시민권을 국민권이라 말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개념이다.

이 같은 뜻풀이를 바탕으로 국민은 한 국가에 태어나며 자연히 얻을 수 있는 명칭이지만 시민은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국민기업으로 불리며 정치권 개입 논란 등으로 외풍이 잦았다. 포스코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비판에는 항상 국민기업이 거론됐다.

최 회장이 포스코를 시민이라 칭한 데에는 그동안 국민기업으로 불리며 외부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대응하는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시민기업이라 말하면 시민의 기업으로 해석돼 국민기업과 큰 차이가 없거나 시민단체와 비슷한 어감으로 불릴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포스코를 기업시민이라 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민의 자격이다. 최 회장은 국민이 시민의 자격을 인정하기도 전에 포스코를 시민으로 불렀다.

포스코는 안팎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며 시민 행세를 한다. 밖에서는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협력사와 상생에 나선다. 포스코는 지난 9월 동반성장위원회가 평가한 ‘2020년도 동반성장지수’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포스코 임원은 협력사, 대·중소기업간 상생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안에서는 불통으로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달 18일부터 포항·광양제철소 내 자전거 운행을 금지했다. 지난 7월부터 제철소 내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한 데 이어 근로자들이 제철소 안에서 이용할 이동수단을 모두 가로막았다. 제철소 내 자동차 사망사고로 인한 대책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근로자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자녀 장학금 차별 배제에 대한 논란도 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조합원인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자녀 장학금 지급이 배제되고 있다”며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포스코는 스스로 기업시민이라 불러도 사회적 질타를 피하지 못한다. 시민의 자격이 의문스럽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