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時代 위기의 민생경제]① 소득 '제자리' 집값만 '급등'…국민 80% "집값 상승 싫다"
[인플레이션時代 위기의 민생경제]① 소득 '제자리' 집값만 '급등'…국민 80% "집값 상승 싫다"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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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만 25회…집값 상승 '부추겨'
최근 5년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 14.4% 증가 반면 집값은 98%↑
반전세 비중 35% 돌파로 주거비 부담↑…국민 대다수 집값 안정 희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최근 전 세계 경제는 공급망 문제로 또 한 번의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부분 국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상품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각종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 오름세를 나타내며 물가 상승 문제는 글로벌 경제 회복 국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우선순위로 밀어붙이던 대표적 경제정책들이 위기국면에서 되레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잉태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주거비 영향, 탈원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득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문제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정책들이 현실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1.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권모 씨는 결혼 전 목표였던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청약을 넣어도 미혼이어서 가점을 받을 수 없고, 아파트는 물론 빌라까지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권 씨는 "주택청약을 부으면서 알뜰하게 살면 국민 평수보다는 작더라도 내 집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작년부터는 헛된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나한테 못했던 걸 하는 데 돈을 쓰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 권 씨의 친구인 이모 씨는 4년 전 서울시 강동구에 구축 아파트를 샀다. 8년 전 결혼 해 이듬해 아이가 생기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은행 대출은 물론 양가 부모님께 돈을 빌려 내 집을 마련했다. '집값만큼은 잡겠다'던 현 정부의 약속을 믿고 알뜰하게 생활하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새집이나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이 씨는 최근 들어서 그런 기대가 과연 이뤄질까 하는 의문만 든다. 자신이 샀던 집도 4년간 1.5배 가까이 올랐는데, 주변 새 아파트나 대형 단지 아파트는 그보다 더 올랐기 때문이다. 

◇ 평균 소득 근로자, 서울서 집 사려면 5년 전보다 20년 더 걸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평균 소득 수준의 근로자가 평균적인 소비만 하고 서울 평균 가격 아파트를 사려면 5년 전보다 20년 넘게 기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가계조사동향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 분석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도시 근로자 평균 월간 순소득(평균 소득에서 지출을 뺀 금액)은 148만652원이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0억999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돈으로 집을 사려면 61.9년 걸리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6년 기준 39.6년에서 5년 만에 22년 가량 늘어난 결과로 소득 증가보다 집값이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는 뜻이다. 

실제,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 새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은 469만8857원에서 537만3296원으로 14.4% 늘었고, 평균 지출은 353만2451원에서 389만2544원으로 10.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소득은 5년간 26.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값은 98%나 급등해, 평범한 서민에게 서울에서 아파트 사기는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가 된 상황이다.

2017년1분기~2021년3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변화(자료=한국부동산원)
2017년1분기~2021년3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변화(자료=한국부동산원)

◇ 25차례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네'

문재인 정부 들어서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굵직한 대책만 살펴보면 우선 2017년 발표된 8·2대책을 꼽을 수 있다. 이 대책은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배제 △ 1세대 1주택 2년 실거주요건 추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LTV·DTV 기존 60~70%에서 40%로 강화(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서 2018년 9·13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9·13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고가주택 세율 인상이 포함됐다.

이후 2019년에는 15억원 이상 아파트 주담대 대출 금지와 시가 9억원 이상 LTV 축소 등 LTV와 DSR 등의 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상한제 확대, 종합부동산세율 상향 조정 등을 담은 12·16 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강남4개동 토지허가제 실시, 재건축 아파트 분양규제, 주택매매·임대사업자 주담보 대출 금지 등을 담은 대책을 6월17일 내놨다. 한 달도 안된 7월10일에는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중과세율 강화 △양도소득세율 인상 △개인 및 법인 등에 대한 취득세율 인상 등의 대책을 담았다.

이 같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수요'를 억제해 가격은 안정화하려는 데 방점을 뒀다는 것이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 이른바 '투기 수요'에 있다고 보고, 이를 옥죄면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수요 억제 정책이 오히려 풍선효과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쏠림 현상 가중, 내집 마련에 대한 공포감 조성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지금 현실적으로 그 목표는 둘 다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정책의 실패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 영향 및 시사점)

◇ 근로소득보다 집값 상승 폭 커…가계부채 비율 증가  

집값 상승이 가파르면서 나타나면서 나타난 문제점은 집을 사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가계 빚도 많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 2016년 175%에서 2020년 201%로 26%p 상승했다.

2016년 말 1342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2021년 2분기 말 1805조원으로 463조원 늘었다. 이는 지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며, 정부별 가계부채 증가 현황으로 따져도 가장 많은 증가액이다.

결국 소득은 제자리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온 국민의 빚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 늘어나는 반전세 비중…임대료 지출 임차인도 증가

여기에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월세나 준월세·준전세 등 통칭 '반전세'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반전세 거래 비중은 18만5273건 중 6만5088건으로 35.1%로 나타났다. 이는 법 시행 전인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거래된 19만6374건 중 5만5215건(28.1%)과 비교하면 7.0%p 증가한 수치다.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준월세·준전세가 늘어난다는 것은 매달 일정 금액을 주거비로 부담하는 임차인 비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통상 대출을 통한 이자(금융비용)보다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에서 그만큼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 임차인이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한은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이상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고 있으며, 주거비 오름세가 확대로 인해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 '인플레' 우려 물가…자가주거비 반영 시 더 높아져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주택임차료만 집세(전·월세)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자가주거비는 자신의 소유주택을 주거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주거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차입 자금 이자, 감가상각비, 세금 등)인데, 한은은 이를 보조지표로만 활용하고 있다. 자가주거비를 물가지표에 포함하면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으 고스라히 물가상승률에 반영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올 초부터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계속되는 집값 상승이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창석 단국대학교 교수는 "자가주거비를 물가에 반영하는 것은 자가주거비를 구성하는 여러 요인(대출 비율, 세금 등)을 표준화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면서도 "채소가 1%가 오르는 것과 아파트 1% 오르는 것은 단위가 다르다. 그만큼 집값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자가주거비 반영은) 물가를 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국민 10명 중 8명 "집값 상승 싫다"

이처럼 집값 상승이 국민의 빚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체감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국민 대다수는 집값 상승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13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관련 국민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85%)은 집값 상승이 '싫다'고 답했다.

집값 상승이 '싫다'고 답한 사람 중 무주택자의 경우 95.4%로 대부분이었고, 유주택자도 81.5%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주거비 부담이 커지므로 집값 상승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좋다'는 응답은 각각 4.6%, 18.5%로 낮았다.

진성준 의원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국민이 집값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을 인정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