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드 코로나,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기자수첩] 위드 코로나,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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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인턴 등의 활동을 통해 적성을 찾고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일컫는다. ‘진로’라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잠시 멈춤’ 기간인 셈이다.

현재 한국은 단계적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체계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지 약 1년9개월 만에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코로나와의 공존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당초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백신 접종완료율 70% 돌파 이후 ‘일상회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다음달 1일부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10명으로 확대되고 대부분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생업시설 영업시간 규제가 사라진다.

하지만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일상회복’ 시계에 경고장을 날리듯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재택 치료를 받던 60대 확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고 서울 강동구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의사와 직원, 진료를 받는 산모와 가족 등이 무더기로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60대 확진자 사망사례의 경우 관계 기관 사이에 재택치료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병원 이송이 지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택치료자 응급 이송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산부인과 집단감염 사태에서는 코로나 상황에 취약한 임산부와 신생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산부들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예방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때문에 감염 가능성은 높지만 임산부들의 확진 혹은 그로 인한 격리 상황에서의 지침이나 의료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백신 접종 완료율 70%’만 믿고 ‘일상’으로 내달리기엔 돌발변수들이 너무 많다. 여전히 신규 확진자수는 1000명을 웃돌고 있고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재택 치료자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이에 정부가 25일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초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너무 급진적”이라고 조언했다. 방역수칙 체계 전환과정은 확산세를 가늠하며 보수적으로, 최대한 천천히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방역은 한번 느슨해지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일상회복 단계 설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직 확정발표 일정인 29일까지는 사흘의 시간이 남아있다. ‘긴 미래’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학생처럼, 정부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겠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