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핑계
[기고] 핑계
  • 신아일보
  • 승인 2021.09.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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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가수 김건모가 1993년 발표한 '핑계'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갑자기 웬 노래냐고? 김수현 전 청와대정책실장한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다.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으니까.

김수현 전 청와대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설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정책을 실패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 번이야 실수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두 번이나 똑같은 삽질을 할 수 있는지.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닌 실력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 핑계를 보니 실력도 아니고, 아직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김수현 전 실장이 출간한 책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에서 외국 사례를 근거로 우리나라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이 아니라는 핑계를 시작했다. 내가 불리할 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통계와 외국 등 다른 사례를 통해 상대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성적이 안 좋게 나왔는데 반 친구들 대부분이 성적이 나쁘게 나왔다는 것처럼.

내용을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의 최근 5년간 명목 주택가격 변화에서 한국은 12.8% 올랐다. 중국은 43.8%, 홍콩 25%, 일본 21%로 한국이 덜 올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취합한 2015년 이후 최근 실질주택가격 변화 자료에서도 한국은 102인데 OECD 평균은 119고, 캐나다 134, 독일 133, 미국 126, 일본 106이다. 집값 상승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공통적인 현상이고 주택 자체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이 됐으니 집값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우리나라만 집값을 못 잡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숙제다. 최근 집값 상승이 저금리 유동성으로 인한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글로벌적인 현상이라는 핑계만으로 현재 집값 급등의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5년간 12.8% 상승한 아파트가 있으면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12.8%라는 통계수치를 글로벌 조사기관에서 한국에 와서 조사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국 정부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제공했을 것이다.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표본 수를 늘리자 12%에서 40% 넘게 올라간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KB시세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는 93% 상승으로 나온다. 이것도 통계의 착시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중산층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의 5년간 가격 상승 폭은 2~3배 정도다.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부동산정책을 설계하신 분이 다른 나라도 많이 올랐으니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것인가? 어떻게 국민의 아픔을 공감하지는 못하고 핑계만 대고 있는가? 대통령이 죽비(竹篦)를 맞았다고 하고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과를 한 것도 모두 핑계일 뿐이란 말인가?

제발 진심으로 국민한테 정책의 실패를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핑계가 아닌 제대로 된 원인분석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집값 안정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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