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주 대박, 쪽박 만들어서야
[기자수첩] 수주 대박, 쪽박 만들어서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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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은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고 노동조합의 반발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늦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 경쟁당국에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일부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

나머지 한국, EU, 일본에서는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이중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EU의 승인 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독과점 문제 해소를 승인조건으로 제시하며 기업결합 승인을 유보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심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16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매각불허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대우조선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주길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드린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해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 “노조와 지역사회의 극렬한 반대 행동은 유럽연합(EU) 경쟁 당국 승인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호황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기준 연간 목표 수주액 149억달러의 102%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달 들어 올해 누적 80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 77억달러의 104%를 달성했다.

다만 수주를 통한 일감 확보는 당장이 아닌 내년이 돼야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내년이 돼야 올해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약 M&A에 대한 노조 반발이 계속 돼 내년 노조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벌어지면 올해 수주 대박은 무용지물이 된다.

기업결합 심사가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 계속 된다면 오히려 이를 노조와 지역사회를 설득할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더라도 노조와 지역사회에 다시 막힌다면 M&A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M&A에 속도를 내고 생산 차질 우려를 막는 두 마리 토끼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