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타버스 '열풍'…'빛 좋은 개살구' 피해야
[기자수첩] 메타버스 '열풍'…'빛 좋은 개살구' 피해야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8.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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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메타버스 바람이 거세다. '메타버스'는 가공과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가 혼합된 인터넷상 공간이다. 

한 시중 은행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MZ세대 직원과의 소통 시간은 디지털 트렌드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내부 회의에서부터 각종 시상식, 행사는 물론 가상영업점 도입까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런 확신이 구체적인 성과와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금 은행권이 보이는 모습이 10년 전 세간의 화제가 됐던 '세컨드라이프'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세컨드라이프는 린듭랩이 개발한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로 2003년 첫 선을 보였다. 세컨드라이프가 새로운 미래 사회의 한 모습으로 부각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 국제적 기업들이 가상세계에 진출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언어상 문제와 초기 진입 장벽 문제, 여기에 도덕적 논란과 시대 변화로 결국 실패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메타버스 도입 열풍이 '제2의 세컨드라이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과연 가상세계의 인공지능 은행원이 인간을 대신할 만큼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실제 소비자가 불편 없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으려면 빅데이터와 음성 인식 등 추가해야 할 기술적 요인들이 적지 않고, 이는 모두 '돈'과 '시간'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 가상 홈페이지를 하나 만드는 것과 인공지능 은행원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완벽히 가상영업점을 구현하더라도 여전히 오프라인 영업점을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이중으로 비용이 나간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문가는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만, 여전히 도로 곳곳에 공중전화가 설치, 운영되는 상황과 마찬가지"라며 은행권이 내세우는 메타버스 가상영업점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메타버스를 통한 소통 효과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메타버스 소통이란 걸 참여했는데, 캐릭터를 내세운 것뿐이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차라리 기존처럼 전달하는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직원들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빛 좋은 개살구'란 속담이 있다. 겉만 그럴듯하고 정작 실속은 없을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은행권이 저마다 내세우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과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평가되지 않도록 내실 있게 추진되길 바란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