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vs "남북관계"… 딜레마 빠진 文, 입장 유보
"한미동맹" vs "남북관계"… 딜레마 빠진 文, 입장 유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8.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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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北 후반부 훈련 겁낸다… 대통령 내일까진 결론 내야"
北, 훈련중단·미군철수 주문… 韓 이용해 美 대화 우위 선점 포석
한국과 미국 군사 당국이 10일 하반기 연합훈련 사전연습에 돌입했다. 복수의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진행한다. 사진은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군사 당국이 10일 하반기 연합훈련 사전연습에 돌입했다. 복수의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진행한다. 사진은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군사연합훈련 개시 후 북한이 대한민국 안보에 위협을 끼치며 복원했던 연락통신선까지 재차단하고 나섰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16일 본훈련을 연기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사이 고심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12일 TBS 라디오에서 "북한이 겁을 내는 후반부 훈련을 대통령이 오늘이나 내일 사이 결론 내려줘야 한다"며 "본훈련은 연기하자"고 촉구했다.

정 부의장은 또 지난달 27일 개통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거론하며 "우리 국민이 '이제 다시 한반도에 봄이 오는구나' 하는 그런 희망에 벅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4일 만에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만들면 안 된다"며 "한미 관계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대내외 정국 분위기를 감안해 한미훈련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십년간 진행한 연례 훈련이기에 북한을 달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공격 훈련이 아닌 방어 위주 훈련이란 점은 이미 잘 알려졌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훈련 방식과 규모 등이 대폭 조정됐다"고 부각했다.

이어 "대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모두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을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어제까지 이틀간 정기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당국자가 한미훈련에 대해 매우 위험스러운 발언을 늘어놓고 있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의 상호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어렵게 찾아온 대화 국면에 서로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일부 대권주자까지 나서 이번 사안을 도마에 올리고 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눈치를 보느라 훈련 같지도 않은 훈련을 하는데, 그것마저도 비난하고 협박하는 것은 아예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수순"이라며 "북한의 그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단호하게 대응하고 철저히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와 집권 여당, 제1야당 사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이 연합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처럼 내걸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진퇴양난에 처한 실정이다.

실제 두 사안 모두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만, 김 부부장이 연합훈련 '축소'가 아닌 '취소'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는 것,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한국을 압박하겠단 포석으로 읽힌다. 추후 열릴 가능성이 높은 북미 대화에서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차지하겠단 것이다.

한편 이번 연합훈련은 10~15일 사전연습을 거쳐 오는 16일 본훈련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에 돌입한다. 본훈련에 맞춰 북한이 추가 반발이나 무력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