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 정책, '균형'을 잡아야
[기자수첩] 가상화폐 정책, '균형'을 잡아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7.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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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은 그 기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가상화폐 관련 정책도 그렇다. 세부적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데 제도가 일조해서는 안 된다. 

우선, 가상화폐사업자 등록이 중소형 거래소를 소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기한인 9월24일을 목전에 둔 중소 거래소들은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배포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 위험평가 방안 가이드라인을 충족했음에도, 은행이 만나주질 않아 막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래소 등록을 앞둔 중소형 거래소들이 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며 "수험생이 시험을 보는데 시험범위를 모르겠는 기분이라는 게 이들 거래소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에서는 향후 거래소 등록 과정을 거치면 4대 거래소만 살아남을 수 있단 우려를 보이고 있다. 4대 거래소의 독과점에 따른 투자자의 잠재적 피해가 있을 수 있을 뿐더러, 디지털 자산 산업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벤처산업이다. 거래소 평가기준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여기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가상화폐가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미끼로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를 노린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경찰의 가상화폐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 2019년 103건에서 작년 333건으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그나마도 마땅한 법안마저 없어 대부분 유사수이나 사기 등 혐의를 겨우 적용해 처벌한 상태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대다수가 내 돈 한 푼이 소중한 일반 투자자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겠지만,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금지, 해킹 등과 관련된 문제는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의 부와 관계가 있는 금융 관련 정책은 더욱 그렇다. 가상화폐 시장은 한 번이라도 코인 거래를 해본 사람이 663만명에 달하고, 일일 거래금액도 23조원이 넘는 거대한 곳이 됐다. 가상화폐 시장이 유망한 산업군이자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이들이 노력해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