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녹색 기업' 탈바꿈 선언…5년간 30조 투자
SK이노베이션, '녹색 기업' 탈바꿈 선언…5년간 30조 투자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7.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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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데이’ 행사 개최…배터리 사업부 분사 계획 밝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린다. 지난 1962년 국내 첫 정유기업으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창립 60년을 한해 앞두고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할도 검토한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를 행사를 갖고 이 같이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모든 경영진과 국내·외 시장, 언론 관계자 등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는 지난 2017년 혁신 방향 제시와 2019년 혁신 실행 전략 발표에 이은 세 번째 행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행사를 통해 혁신 완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글로벌 친환경 산업 핵심인 배터리 사업 1테라와트 이상의 수주 역량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 축으로 미래 전략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준 총괄사장과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이날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사업 모델로 전환 △온실가스 배출 0(제로)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 등 3가지를 발표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그 동안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곳은 글로벌 상위 두 개사 정도로 알려졌다. SK의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 규모라고 밝히면서 3개사로 늘었다. 이에 따라 SK 배터리 사업 목표는 글로벌 톱(Top)3에서 글로벌 톱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2017년 5월 당시의 60기가와트시(GWh) 보다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한화 환산 시 130조원 이상이다.

SK 배터리 사업 지동섭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수주와 매출이라는 양대 영역에서 글로벌 톱3를 실현하는 셈이다.

지동섭 대표는 “SK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며 “이것이 SK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지동섭 대표는 “현재 40GWh 수준에서 오는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사업 자회사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재 14억제곱미터(㎡)인 LiBS 생산 규모를 오는 2023년 21억㎡로 키운다.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오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한다.

김준 사장은 “올해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를 오는 2025년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원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캐내다’는 목표 아래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활용하면 첫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오는 2024년에는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도 개발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No Footprint Left Behind)”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이어 그간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 기준 △국내·외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인 연간 250만톤(t) 이상 재활용 △사용량 저감과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SK종합화학은 오는 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해 나갈 방침이지만 전체 1조1000억원 중 절반을 넘겨 기존 사업을 앞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사업은 원유정제, 트레이딩, 석유개발(E&P) 영역 등에서 탄소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모든 사업장을 저·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운영최적화,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방식들을 동시에 추진한다.

또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설명회에서 온실가스 ‘넷 제로(Net Zero)’를 오는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날 공표한 SK이노베이션의 넷 제로(Net Zero) 로드맵은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 탈탄소 전략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기업 중 처음으로 Scope 1,2,3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온도상승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감축해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체적으로 2050년 이전에 Net Zero를 달성하고 배터리, LiBS 사업의 경우 오는 2035년 조기 달성 추진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단순한 석유화학사업의 매각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Net Zero 달성을 지향한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Net Zero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최고경영자(CEO)의 평가·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으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거버넌스 개선안의 핵심은 △이사회의 CEO 평가·보상·승계 등에 대한 의사결정권 보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사전 검토 의무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와 사업 리스크의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등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략 방향성 검토 및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ESG 관점의 리스크를 사전 검토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또 이사회가 국내 및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및 리스크 관리 체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CEO 직속으로 있던 감사실을 감사위원회 산하로 재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이노베이션 자체의 비전’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둬 그린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사업개발, M&A 등을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LiBS 사업을 발굴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각각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 사장은 배터리 사업 분할 시점에 대해 “기업공개(IPO) 시점이 언제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먼저 연결 될 것”이라며 “IPO 시점에 대한 판단 기준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