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는 악수 두지 말아야
[기자수첩] 더는 악수 두지 말아야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5.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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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 더해 LH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보선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부동산 투기 금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는데 부담이 되는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나치게 올라버린 집값에 실수요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취재 중 만난 공인중개사나 전문가들은 이미 투자자들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 실수요자들은 비싸게 집을 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4·7 재보선 참패 이후 집권여당은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논의되고 있는 내용 중 실수요자와 직결된 내용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완화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LTV를 9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송영길 대표가 당대표를 맡게 됐다는 점이다. 

결국, 돌고 돌아 '빚내서 집사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권 당시인 지난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빚내서 집사라로 요약되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꺼내든 바 있다. LTV는 기존 50%에서 70%로 완화됐고, DTI도 50%에서 60%로 늘었다.

이번에는 6년 전보다 더 많은 빚을 내라는 쪽으로 방향이 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51.9% 급등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당시 3억2125만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평균값은 지난 4월 4억8822만원으로 뛰었다. 서울은 평균 6억여원에서 약 4년 만에 11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 기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4인가구 기준 2017년 584만6903원에서 2020년 622만6342원으로 6.5% 오르는데 그쳤다. 모을 수 있는 돈은 찔끔인데, 집을 사야할 때 필요한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영길 대표가 공약한 LTV 90% 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집값의 10%만으로 집을 살 수 있을 경우, 금리 인상이나 집값 하락 등으로 인한 변동성에 극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확장재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이미 시중금리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이 쌓아 올린 현재 부동산 시장도 계속해서 오를 순 없다. 결국, 부동산이 피크에서 내려오는 순간 수많은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옥죄던 규제 완화에 첫발을 내디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내년 대선과 지선 등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인기 영합적 정책으로 악수를 두지는 말아야 한다. 다음에는 소리만 요란한 죽비가 아니라 피멍이 들 만큼 아픈 회초리가 기다리고 있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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