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보 김춘진 aT 사장, 수급안정·식량안보 해법 찾기 몰두
현장 행보 김춘진 aT 사장, 수급안정·식량안보 해법 찾기 몰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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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0여일, 해남 농산물 비축창고·여주 계란업체 잇달아 방문
정치인 출신 불구 다년간 농수축산업 의정활동 전문성 높게 평가
안정적인 먹거리 수급 최우선 강조…"강력한 공공비축 정책 시급"
김춘진 사장(왼쪽 세번째)이 이달 20일 경기 여주 소재의 계란 선별·포장업체 '해밀'을 방문한 모습. [사진=aT]
김춘진 사장(왼쪽 세번째)이 이달 20일 경기 여주 소재의 계란 선별·포장업체 '해밀'을 방문한 모습. [사진=aT]

김춘진(68)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의 현장 행보가 거침없다. 김 사장은 취임한지 40여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땅끝 해남부터 경기 여주까지 농업현장을 틈틈이 찾으면서 농수축산물 수급관리와 식량안보 강화에 많은 의욕을 보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춘진 사장은 지난 3월 농수축산물 수급 전반을 책임지는 aT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후 여러 현장을 다니며 업무 익히기에 바쁜 모습이다. 

김 사장은 17~19대까지 국회의원을 3선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의원 재직 기간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과 민주당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장 등 농어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농수산직거래활성화법·농산물유통관리지원법과 같은 관련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aT 사장으로 임명된 이유도 농수산식품 분야에서 다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인정받아 청와대에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취임하면서 안정적인 먹거리 수급과 식량안보를 aT의 최우선 역할로 강조했다. 실제 그는 지난달 16일 공식 취임하는 자리에서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비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수급안정 추진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이를 위해 수매비축과 계약재배를 확대해 주요 농산물 수급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은 공언한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달 말 마늘과 콩, 고추 등 정부 비축농산물이 보관된 전라남도 해남과 함평 소재 민간창고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축농산물 수급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전남 함평 소재 농산물 비축 민간창고를 찾은 김춘진 aT 사장(가운데). [사진=aT]
지난 3월 전남 함평 소재 농산물 비축 민간창고를 찾은 김춘진 aT 사장(가운데). [사진=aT]

이들 작물은 주요 양념채소이자 핵심 곡물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마늘 자급률은 2019년 93.4%에서 2029년 81.7%로 감소세가 예상된다. 콩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0%대에 머물고 있다. 고추는 2000년만 해도 90%를 웃돌았으나 2019년엔 30%대 중반으로 자급률이 급감한 상황이다. 수입물량은 지속해서 늘고 급작스러운 재해 등 기후위기까지 더해지며 자급률 상황이 좋지 못하다보니, 정부의 비축 수매와 계약재배 확대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aT는 이와 관련해 배추·무·마늘 등 주요 농산물 9개 품목을 2019년 8만1000톤(t), 지난해 1만4000t 수매했다. 수입의 경우 2019년 마늘·양파·참깨 등 8개 품목을 26만3000t, 지난해 25만여t을 들여왔다. aT 관계자는 “해마다 농산물 수매·수입 비축과 적기 방출을 통해 주요 농산물의 수급안정을 유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달 20일엔 경기 여주의 계란 선별·포장업체 ‘해밀’과 이천 농산물비축기지를 잇달아 찾았다. 해밀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사장은 계란 안전성과 가격동향, 수급관리 등 다양한 부분을 점검했다. 

계란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 초까지 집중된 AI 확산에 따른 대량의 산란계(알 낳는 닭) 살처분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큰 부담을 줬다. 올 1월만 해도 한 판(30개)에 9000원을 웃돌 정도였다. aT 농산물유통정보가 발표한 계란의 현재 평균가격(특란 중품 30개)은 이달 27일 기준 7380원으로 평년의 5397원보다 아직까지 36.7% 오른 상황이다.  

김 사장은 식량자급률 제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는 앞서 15일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새만금 식량안보 콤비나트’ 건설 등을 골자로 한 식량자급률 제고방안을 보고했다. 식량 콤비나트(combinat)는 국내서 생산된 식량자원의 저장·가공·비축은 물론 해외 수입식량 비축이 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해 식량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집적시설이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춘진 aT 사장이 취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aT]
지난 3월 취임한 김춘진 aT 사장이 취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aT]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에서 2019년 45.8%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이보다 한참 떨어지는 21%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에서도 국가 차원의 식량 공공비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식량안보 콤비나트 설립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염병 발생·기후위기 등 곡물 수입이 어려운 비상상황에 대비한 강력한 공공비축 정책이 시급하다”며 “장기적으로 식량콤비나트에 곡물 메이저 하역시설과 물류창고 사일로를 유치한다면 한국이 동북아 식량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T는 이에 발맞춰 식량 콤비나트 조성 추진을 위한 별도의 테스크포스(TF)팀을 발족한 상태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자문위원회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정치인 출신에 관련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만큼 aT 사장직을 맡으면서 여러 성과에 대한 욕심이 클 것”이라며 “농산물 수급관리와 식량안보 모두 농정의 핵심 현안이기 때문에 김 사장의 행보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